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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22. 2022

정치인들의 싸움에  '국민' 아이는...

 가까운 이들과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괜스레 그들 앞에서도 내세우기 조심스러운 주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정치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주변 인들의 정치색이 다 ‘나와 같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정말 많은 이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내 주변만 봐도 정치 이야기만 하면 흥분하기 시작하는 우리 서방님부터 비판의 시선으로 요즘 정세를 바라보는 친구들, 항상 확고한 지지층을 갖고 계시는 부모님들까지, 엄청난 정치 달변가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자칫 잘못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몇 시간이고 들들 볶인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침묵한다. 혹 정치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응시할 뿐이다.  사실 이런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꽤 정치 발언도 많이 했지만 정치 이야기로 사람들이 분열되는  것을 본 이후 침묵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있기 몇 년 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영어 원서 리딩 모임이 있었다. 사실 원서 읽기보다는 사람들과의 잡담이 좋아 일주일에 한 번 신나게 참여했다. 오랜 기간 만남을 지속했던 터라 모두들 친했고 모이면 항상 즐거웠다. 서로가 꺼내는 대화의 주제에는 제약이 없었고 자유분방했다.


 하루는 누군가 그 당시 한창 논쟁거리가 되었던 ‘조국 사태’를 대화의 주제로 꺼냈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 저마다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서로의 생각과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정작 영어 원서는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날 모임이 끝났다. 그 만남 이후 우리는 갑자기 한 사람의 차가운 대화의 단절을 맛보았다. 대화 내내 어색한 침묵을 지켰던 그녀는 이후 모든 소통을 완강히 거부했다. 우리는 그날의 대화들을 곱씹어 보며 한참을 괴로워했다.


 네이버 사전에는 정치라는 말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말이다. ‘정치’라는 말속에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이라는 의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지만, 정치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을 갈가리 갈아 놓아 분란만 더 조성한다. 누군가를 지지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 누가 알았으랴.


 올해 들어 많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윤 대통령의 행보다. 2022년 11월 22일, 오늘 자 신문에서는 저마다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 중단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실은 지난주 MBC 기자의 태도를 문제 삼아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원래 이 출근길 약식 회담은 윤 대통령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만남의 기회다. 하지만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 근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 지속할 수 없다 판단했다"라고 말하며 돌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이후 대변인실은 도어 스태핑이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니 “그 취지를 잘 살릴 방안이 마련되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중단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첫째, ‘야심 차게’ 선보였던 정책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갑자기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는 점과 둘째, 이번 조치로 여당과 야당의 ‘지겨운’ 입씨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원래 정치라는 것은 신사적으로 우아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활동이라는 것을 이미 예전에 깨달았다. 굳이 조선 시대의 붕당정치와 같은 옛날로 넘어가서 살펴볼 필요도 없다. 어린 시절부터 언론에서 접했던 정치는 ‘서로의 흠집과 치부를 샅샅이 찾아내어’ 우위를 찾아내는 활동이었다. 멀쩡하고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사람들도 이곳 정치판에 들어서면 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이 봤다. 사람들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정치판은 원래 그런 곳인지, 아니면 그들이 지켜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못 느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정치에는 얼마나 ‘어마무시’한 마력이 숨어 있기에 그들이 그토록 ‘험악한 모습’으로 물고 뜯는 일을 계속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다시 한번 ‘정치’의 의미를 세심하게 되새겨본다. 정치는 ‘(...)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다. 그들은 항상 무슨 일을 진행할 때마다 ‘국민’을 먼저 앞세운다. 말 그대로다. 우리 국민들이 그들에게 ‘권력’을 준 것은 제발 ‘살림살이’와 ‘사회 질서’를 잘 보살펴달라는 간청 때문이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그들에게는 너무도 힘든 숙제인 걸까? 어떤 일만 벌어지기만 하면 자꾸만 싸워대는 그들을 보면 한숨만 연신 쉬게 된다.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는 사람들의 잘못인지 아니면 그 기회를 엿보아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데도 침묵을 하며 ‘좋게 좋게’라는 말로 은폐하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차분하게 나누고 그들이 좋아하는 ‘국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조금만 신경 써 달라는 이야기다. 코로나 이후 물가는 계속 오르고 살림살이가 너무 힘들다. 주변의 ‘국민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하며 자꾸만 싸워대는 정치의 ‘아빠와 엄마’의 다툼을 보며 또다시 고민한다. 아, 어떻게 하지?, 침묵해야 하나 이야기를 해야 하나 또다시 갈등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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