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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23. 2022

시험에 대비하는 방법들

 바야흐로 아이들의 시험 기간이다. 고등학생인 큰애는 전국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고 둘째는 어제부터 국어시험을 시작으로 벌써 3과목을 치렀다. 기숙사 학교에 있는 큰애는 '알아서 하겠지'라며 신경을 덜 쓰게 되는데 둘째는 시험 대비하는 모습이 자꾸 신경 쓰인다.

 

 오늘은 그 녀석이 가장 싫어하는 역사를 포함해서 3과목을 더 치른다. 내일이면 시험 기간이 끝난다. 둘째는 시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간이 부족해서 당장 시험공부할 것은 많은데... 또, 어서 시간이 흘러서 시험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시간을 빨리 돌리라는 건지 아니면 느리게 돌리라는 건지...


 어제도 잠결에 흘낏 아들의 방을 쳐다보니 자정이 늦도록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시험 기간마다 반복되는 ‘벼락치기 공부’의 시작이다. 미리미리 공부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평소엔 다른 것들에 한 눈이 팔려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 아침을 먹으며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아들아, 어제도 벼락치기하느라 늦게까지 공부한 모양인데…. 그러게, 평소에 공부하면 얼마나 좋니?”

  사실, 내가 기대했던 대답은 '네, 그럴게요.' 또는 '어떻게 그래요?'였다.

  

그런데 그 녀석은,

 “에이~ 엄마, 엄마가 내년 고등학생이 되면 시험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진다면서요. 그냥 그걸 대비해서 벼락치기 연습한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말했다.

 

 응? 아니, 이런 참신한 생각이!!! 항상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할 것도 많고 시험도 자주 쳐서 ‘벼락치기’ 말고, ‘미리미리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녀석의 말처럼 ‘벼락치기’의 힘을 차곡차곡 길러서 많은 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 아닐까? 물론 결과와 ‘벼락치기’의 결과가 꼭 ‘비례’한다는 보장은 없다.


 둘째가 시험을 대비하는 방법은 주로 ‘벼락치기’다. 미리 계획을 잡아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 없는 듯하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자기가 어려워하는 과목을 줄기차게 ‘판다’ 역사면 역사, 사회면 사회, 자기가 싫어하는 과목만 들여다보다 시험을 치른다. 아주 우직한 ‘선비형’의 공부 방법이다.


 큰애가 시험을 대비하는 방법은 철저한 ‘계획형’이다. 아들은 미리 계획을 잡아서 시험공부를 한다. 시험 전, 요일마다 공부해야 할 양이 정해져 있고 그 공부량을 끝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상황에 따라서 과감하게 어떤 과목의 공부는 포기하기도 한다.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공부하는 형이다.


 두 녀석의 시험 결과는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당연히 큰애의 시험 결과가 더 좋다. 간혹 둘째가 큰 애보다 아주 뛰어난 결과를 보여줄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과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녀석이 가지는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이다. 솔직히 큰 애에게는 ‘시험을 잘 봐라’라는 말, ‘결과를 기대한다’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오직 건넬 수 있는 말은 ‘괜찮아.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라는 말로 조바심 나는 마음을 숨긴다. 이미 그 녀석 스스로가 너무나 많은 시험 스트레스를 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둘째는 다르다. 이미 그 녀석에게 시험 전에 선포했다. “예전에는 시험 평균을 넘기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번 시험 목표는 올백으로 목표로 삼고 해라. 가능하면.” 라면 말이다. 뭐, 둘째가 내 말을 새겨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시험으로 이미 그 목표는 물 건너갔다.


 둘째가 갑자기 그런다. “엄마, 올백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3과목을 합치면 백 점을 훌쩍 넘으니 괜찮지 않아요?”

 뭐, 그렇지 뭐. 그래. 시험이 뭐가 중요하겠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이번 시험 잘 보거라.


 '기대란 계획된 원망'이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우리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해서 지나치게 기대했던 까닭이다. 항상 ‘혹시나’하는 마음이 ‘역시나’하는 실망으로 바뀌지만, 시험 때마다 은근히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기대도 걱정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항상 둘째가 어려워하는 역사 과목이 있는 시험 날, 마음의 평정을 지니는 연습을 해야겠다. 좀 있다 그 녀석이 가져올 시험 결과에 놀라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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