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오르락 내리락 할 일이 참 많다. 아침에 일어나 씻기 위해서도 침대에서 내려와야 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도 오르고 내려야 한다. 작고 크고 짧고 길고, 우리는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계단에서 서성이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계단에서는 한 번도 주저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저 해야 하니까, 해야만 씻을 수 있고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 그냥 할 뿐이다.
계단 앞에서 망설일 때는 오직 나 자신이 미덥지 못할 때뿐이다. 이미 중간까지 올라왔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뿌연 운무와 가파른 층층계단이다. 발을 디딘 이상 올라가지고 마음먹지만 저 너머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 후덜 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내려가려 해도 그동안의 노고가 아까워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후회하지 않기뿐이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그 결과와 상관없이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것.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로 태어나고 모든 것이 나 중심으로 존재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세상에는 주인공들 천지다. 크든 작든 자신만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런 주인공 마음으로 계속 살아가면 좋겠지만, 남의 무대와 비교를 하는 순간부터 조연 혹은 엑스트라 신세로 전락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선택하며 만들어진 모습이다. '그때 그랬더라면,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영원히 밟을 수 없는 계단일 뿐이다.
난 매일매일 계단을 마주한다. 올라갈까? 내려갈까? 매번 망설이며 계단을 디딘다. 중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게 선택하기뿐이다. 난 완벽하지 않고 이 계단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행복하기 위해 선택하고 결과를 즐기면 좋지 않을까. 오늘도 행복의 계단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