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충전 글쓰기) 2021년 11월 15일 08:25-08:55
신랑의 배
요즘 따라 신랑의 불룩한 배가 너무 눈에 거슬린다. 신랑은 날씬한 체형이 아니다. 어떨 땐 북한산 기슭에서 장작을 패고 있을 산적 같기도 하고 어떨 때 북극에서 여유 자작하는 북극곰 같기도 하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미간도 잘 찌푸리니 더 그렇게 보인다. 신혼 때야 그런 우람하고 퉁퉁한 체격마저 예쁘게만 보였지만 지금은 콩깍지가 벗겨진 지 한참이라 자꾸만 그 배가 신경이 쓰인다. 운동을 해야 할 터인데.......
신랑의 불룩한 배가 더욱 신경이 쓰인 것은 얼마 전 신랑의 건강진단 결과를 확인한 이후부터였다. 지방간이야 워낙 술을 좋아하니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복부 지장에 고혈압, 대사증후군 증상이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고 나니 신랑의 건강이 너무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제 먹은 것들이 오늘의 나의 몸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신랑은 식탐이 많은 편이다. 그는 식구들이 잠들고 나면 종종 냉동 만두를 데워 소주를 마신다. 매번 냉동고에 아이스크림들을 꽉꽉 채워 식후 아들들과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어댄다. 아마도 내 살의 일부분은 신랑이 열심히 키워낸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신랑에게 말했다. 이제 ‘위드 코로나’로 회사의 헬스장이 문을 열었다고 하니 저번처럼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 어떻겠냐고. 그 말을 들은 신랑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 더니, 내가 해주는 집밥을 먹어야 해서 그럴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집에서 저녁을 못 먹으면 내가 엄청 서운하지 않겠냐는 표정을 보였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이!!! 안 그래도 주 52시간으로 바뀌어 매번 저녁 차리는 것도 힘들었건만, 코로나로 재택근무에 온라인 수업으로 근 2년 동안 매끼 솥뚜껑 운전이 너무도 지겨웠다. 처음에는 ‘그냥 김치만 있어도 돼’, ‘그냥 있는 반찬으로 먹자’라는 말에 혹해서 진짜 내가 원래 먹는 데로만 내놓았더니 어찌나 다들 서운해하는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근 2년 동안 주말에만 시켜먹던 배달 특식이 익숙해졌다. 하도 시켜 먹다 보니 이제는 고만시켜 먹고 매끼 새로운 메뉴로 해 먹자고 난리다. 아 지겨워.
신랑의 불룩한 배, 나의 퉁퉁한 배,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아마도 사람들의 식습관과 체형이 가장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외출은 자제하고 매번 집안에 틀어 박혀 시켜만 먹으니 먹을 때는 행복했으나 결과는 참혹하여라. 나 역시도 코로나 이전보다 몸무게가 늘었고 체형이 변했다. 이제 위드 코로나가 실시되었으니 조금씩 다이어트를 시작할 시점이다. 신랑도 다시 헬스를 시작하고 나 역시도 운동을 시작하고. 몸과 마음에 쌓였던 지방들을 다 빼고 산뜻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2022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제발, 신랑, 이제 운동 좀 하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