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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Dec 09. 2022

2023년 수능, 이과의 문과 침공?!

 2022년 11월 17일로 올해 2023년도 수능이 끝났다. 시험이 끝나자 수능의 성격을 구분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불수능’인지 ‘물수능’인지에 설왕설래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국어 시험이 평이하게 나와 ‘물수능’이라 말했고, 또 어떤 사람은 수학과 과탐이 비교적 어렵게 출제되어 ‘불수능’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의 성격은 시험을 보고 나온 학생들의 말과 반응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쳤다. 불수능? 물수능? 마냥 쉽다고 여기기에는 주위 아이들의 가채점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드디어 12월 8일, 올해 수능 성격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은 202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이렇게 브리핑했다.

 ‘지난해 수능과 대비해 국어 영역은 쉬웠고, 수학 영역은 비슷한 난이도로 '불수학' 평가를 받았다. 또 영어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채점 결과에서 나온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는 134점, 수학은 145점’이다. 11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전년(2점 차이)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라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 결과를 본 학원 관계자들은 또다시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했다. 교차지원제도가 시행된 이후 대입에서 인문계 학생이 자연 계열 학과를,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열 학과를 지원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문과생들의 주요 과목과 비교해 수학의 비중이 높았기에 ‘문과생들의 이과 침공’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수능 결과를 본 종로학원 관계자 역시 "국어 만점을 받아도 수학에 사실상 11점 뒤지는 결과"라며 "문과생이 이과생을 역전하는 건 불가능하며,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은 전년 수능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죽하면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올까? 이 용어는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취업난 속에서도 특히 인문계 졸업생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다. 그런 까닭인지 문과생들 역시 대학에 입학해서도 ‘공인회계사’와 ‘로스쿨’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상 이과 계열들이 우대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부분 부모도 그런 상황을 잘 알기에 웬만하면 아이들이 이과를 선택하기를, 혹 문과를 선택하더라도 그중에서 취업이 잘되는 과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요즘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대학을 진학하던 시절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단지 다른 점은, 교차 지원이 되지 않아 문·이과의 구분이 확실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문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문학의 부분에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싶은 욕망이 강했고, 이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현실적인 상황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아슬아슬한 경계가 무너진 시점은 아무래도 IMF 이후가 아닌가 싶다. 예전의 선배들에 비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어려웠던 시기, 자신의 성향보다는 무조건 ‘안정적인 직업’과 ‘취업에 잘되는 과’, 그때부터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자본주의’가 이끄는 ‘돈’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들이 문과생들보다 잘 나온 수능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을 진학한다는 데 누가 말릴 수 있을까? 그래서 이과생들이 문과에서 가고 싶은 과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원래 그들은 문과를 가고 싶었는데 주변의 영향으로 이과를 선택해서 간 것일까? 상상해 본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실시된 이후 학교 추구하는 교육목표는 바로 창의 융합인재 양성이다.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기보다는 치열해지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좀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문과와 이과를 아우를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교육과정의 목표이다. 어쩌면 교차 지원도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 낸 것일 것이다. 취지는 너무도 훌륭하나 그런 교육 배경과 다르게 ‘문송’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만큼 지나친 ‘이과’ 우대 현상이 문제다.


 뒤늦게 사회에서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나친 ‘이과 편애’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과’는 인간을 제외한 자연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변화무쌍한 인간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기보다는 질서 정연한 자연의 규칙을 연구한다. 그에 반해 ‘문과’는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과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 속에는 일정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지금 알고 있는 정답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완전한 학문이다. 그래서 추측과 사색과 고민 속에서 인간을 연구한다. 훌륭한 이과 인재들을 뽑은 기업들이 ‘인문학을 공부하자’라고 외치는 것은 기술 너머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시 이해하기 위함이다. 세련되고 정돈된 차가운 수치만 가지고는 사람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어차피 인간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런 깨달음은 먹고사는 밑바탕이 마련된 이후의 일이다. 대학은 수학능력시험의 결과에 따라 학생을 뽑아야 하고 학생들은 대학의 좋은 간판을 위해 본인의 성향을 포기하고서라도 과를 바꿔 지원할 것이다. 하긴 뭐, 먹고 살기 어려운데 성향이 무슨 상관이랴. 우선 어떤 과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올해도, 내년에도 이과의 문과 침공은 계속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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