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신문 기사들을 뒤적이다 보니 ‘중꺾마’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띈다. 정확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팀의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난 뒤부터일 것이다. 2022년 12월 3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16강 티켓이 확정되고 난 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쥐고서 사진을 찍었다. 2002년 월드컵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희망찬 꿈의 물결이었다면, 2022년 월드컵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굳은 다짐이다. 많은 변화와 참사가 일어났던 2022년, 꺾이지 않는 마음 없이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기가 참 어려웠다.
‘중꺾마’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월드컵 응원 슬로건으로만 만들어진 단어인 줄 알았는데, 이 단어는 뜻밖에도 온라인 게이머 김혁규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일보>의 강윤주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중꺾마'의 시작은 한국팀 DRX의 주장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인터뷰라고 설명한다. 유독 유독 '롤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선수는 1라운드 패배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고, 기자가 그의 발언의 맥락을 살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달았던 것이 ‘중꺾마’의 탄생 비화라는 이야기다.
MZ세대 사이에서 올해의 단어로 추앙받는 ‘중꺾마’, 2023년 계묘년의 새해 소망은 이 단어와 함께하기로 했다. 비록 MZ세대는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나 ‘중꺾마’의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물론, 내심 ‘중꺾마’의 마음뿐만 아니라 모든 결과물도 좋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품고 있다.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추상적인 마음만을 붙잡고 올 한 해의 끝을 맞이한다면 좀 서글플 것 같다.
이제 드디어 큰 애가 고3이다. 초등 6년, 중학교 3년을 지나고 고등학교 3년에서의 마지막 1년간의 힘든 싸움을 앞두고 있다. 그 녀석 친구들은 요즘 윈터스쿨이며, 학원이며 엄청난 강행군으로 바쁜 겨울방학을 지나고 있다.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니만큼, 대부분의 학교 친구들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겨울 방학 내내 고강도의 수업을 듣는 모양이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울 큰 애, 굳건하게 마음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마음을 단단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연초에 비장한 마음으로 새해 계획들을 세웠어도, 이런저런 유혹들, 예기치 않은 계획들이 스며들면 조금씩 결심들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연말이면 연초에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 까먹는다. 그 결심들이 매해 반복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이제 큰 애는 그 일련의 반복마저도 끝내야 하는 시점이다. 어쩌면 아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올해 1년, 부디 흔들리지 말고, 기죽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자기만의 속도로 목표를 잘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어떤 일들이 생기더라도, 뜻하지 않는 장애물들이 그 녀석을 뒤흔들더라도 잘 이겨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올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대학입시, 이런저런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아들을 믿고 열심히 올해를 살아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