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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02. 2023

3월은 변화와 다독임이 혼재한다.

 3월은 인디언 달력에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한다. 아직 아침과 밤 기온은 두꺼운 옷을 챙겨야 할 만큼 쌀쌀하지만, 한낮 기온은 제법 따뜻한 봄기운이 감돈다. 오락가락한 3월의 날씨 속에 겨울의 사냥총에 그대로 박제될 것처럼 보였던 일상들이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마치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3월의 둘째 날은 학교가 시작되는 날이다. 큰 애는 일찌감치 어젯밤에 “악, 이제 고3이야”라며 비명을 지르며 기숙사 고등학교로 들어갔다. 매사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이던 둘째는 오늘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으로 잔뜩 긴장한 채 무거운 책가방을 부여잡고 집을 나섰다. 고1이든, 고3이든, 매년 학교를 보내는 엄마든…. 3월의 첫 등교일이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어제 밤새 이런저런 걱정으로 잠을 설쳤다. 혹 잠이 많은 둘째를 못 깨워 지각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핸드폰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큰 애는 기숙사 고등학교로 일찌감치 독립을 시켰던 터라 나름대로 걱정을 덜 했는데, 둘째는 집에서 조금 먼 거리의 고등학교로 통학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다 신경이 쓰였다. 아침은 어떻게 먹여서 보내야 할지, 학교에 돌아와서는 또 무엇을 먹여야 할지…. 그저 아들의 학교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바뀌는 것뿐인데도 자꾸만 내 마음은 아들이 내뿜는 긴장감과 함께 어지럽게 요동쳤다.


 어제저녁, ‘학교 들어가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라고 엄살을 부리던 큰 애를 학교로 데려다준 남편에게 물었다. “잘 데려다줬어? 아들, 괜찮아?” 그랬더니, 남편은 피식 웃으면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학교 갈 때까지 툴툴거리더니, 새로 입학한 1학년들을 보니, 좀 기분이 바뀌던데. 흐흐 새로 기숙사로 들어오는 1학년들과 그런 아이들 곁에서 계속 못 떠나는 부모님들을 보니까 예전 생각이 나더라.”


 하긴, 예전 큰 애를 처음 기숙사 고등학교로 독립을 시킬 때 너무 걱정되어 며칠 내내 전전긍긍했다. 게다가 이 학교는 기숙사 방 배정이 6인 1실로,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각각 2명씩 한 방을 사용했던 터라 혹 아들이 선배들에게 괜히 혼나지 않을지 종일 노심초사했다. 큰 애가 고 1학년이었을 때는 거의 매일 밤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다. 개인 핸드폰 사용이 가능한 밤 11시 30분부터 바로 전화를 걸고는 ‘군대에 보낸 아들’을 둔 엄마의 심정으로 애달프게 하루치의 안부를 묻곤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아들이 고3이 되고 나니, 그런 안절부절못한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심정으로 매일 하던 전화 통화도 멈췄고, ‘뭐,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마음으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매주 첫째가 기숙사에 들어가는 일요일 저녁, ‘학교 가기 싫다’라고 찡찡거리는 큰 애의 마음도 대수롭지 않게 ‘살살’ 달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올해 둘째가 고1이 되어도 형에게 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의 고등학교 입학은 큰 애와는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꼼꼼’ 하지 않고 ‘대충’ 챙기는 성향이 강한 둘째, 학교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괜히 걱정만 앞섰다. 집에서처럼 사소한 일에 괜히 ‘똥고집’을 부리다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혼나는 것은 아닌지, 혹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 해 실수나 하지 않는지, 천 가지, 만 가지 걱정이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또다시 새로운 불안의 시작이다. 물론, 이 모든 걱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까짓 것, 별것 아니야’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 보낼 일이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또다시 맞이하는 새로운 불안과 걱정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3월은 변화의 달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달이다. 둘째가, 또 큰 애가 고등학교 생활을 잘할 것이라 ‘굳게’ 믿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다. 한결같은 사소한 두려움과 다독거림이 혼재하는 달, 3월이다. 요동치는 봄기운 따라 모두를 위해 기도해 본다. 처음이 조금 서툴고 미숙할지라도 점점 더 나아질 거야. 따스한 봄 햇볕 속에서 애써 마음을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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