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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21. 2023

코로나 팬데믹 해제까지 카운트 다운

 지난 2023년 3월 20일경으로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코로나가 발발한 지 약 3년 만에 옷처럼 입고 다니던 마스크가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도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여전히 밀집한 공간에서의 ‘코로나 전파’를 염려하는 여론, ‘괜찮다’라는 이들, 그리고 ‘아직 지나가는 추세를 관망하자’라는 신중파들이 섞여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찌는듯한 여름, 땀으로 범벅이 된 마스크를 더 이상 쓰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조만간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팬데믹을 해제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3년 전 코로나 전염세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던 순간에도 최대한 미적거리다 마지못해 선언했던 그들이었다. 어쩌면 WHO는 코로나 팬데믹 해제 역시, 아주 천천히, 이미 사람들이 코로나 공포를 모두 벗은 뒤에 선언할지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코로나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이 병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파고든 감기처럼, ‘일주일, 집에서 푹 쉬다 오라’는 ‘휴식의 병’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의 후손들은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어떻게 기록할까? 지금 특별한 ‘바이러스’ 역사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사람으로서 상상해 본다. 어쩌면 그들은 이 시기를 ‘조상들이 무척 우왕좌왕했던 때’, ‘집 안에 콕 박혀서 온라인으로 모든 세상을 바라봤던 시절’, ‘마스크 한 장을 얻기 위해 독점과 불법이 오갔던 시간’으로 기록하지 않을까?


 지금이야 마스크쯤 ‘클릭’ 한 번이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되고 ‘마스크’가 코로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처럼 취급되던 시기에는 마스크 한 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하루아침에 마스크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 작은 보호막 하나를 구하기 위해 동네 모든 약국을 뛰어다녔다. 그때처럼 그동안 알았지만, 모른 척하고 싶었던 사회에서의 ‘돈과 권력’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적은 없었다. ‘어차피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만 잘 사는 사회’, 그런 차가운 진실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날카롭게 드러났다.


 다시 평화의 시간이다. 예전에는 인류의 위기 앞에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짝 엎드린 채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렸지만, 이제는 다시 활동의 시작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잠시 느꼈던 사회 속 ‘불평등’, ‘차별’의 부정적인 감정, ‘그동안 지구 환경을 망가뜨렸다는 반성’, ‘기후 위기 경각심’ 등을 잠시 접어둔 채 이제 또다시 ‘내 밥그릇 찾기’, ‘나의 즐거움’을 찾는 시간에 돌입할 때다. 코로나 팬데믹 때 느꼈던 서로를 위한 연대감, 미래를 위한 성찰 따위는 저 멀리 떨쳐버리고 말이다.


 사방에서 지구의 온도가 1.5도 높아지면 큰 위기가 찾아온다고 난리지만, 지금 눈앞의 배고픔, 쾌락보다는 더 급해 보이지 않는다. 3년간 두려움, 반성, 성찰 등이 코로나 해제 신호와 함께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 증거로, 며칠째 계속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파랗고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건만, 다시 비행기가 다니고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니 다시 하늘이 누렇게 변했다. 하늘 속 뿌연 미세먼지 입자들이 입 안에서 사각사각 씹히는 듯하다.


 며칠 전 토모스 로버츠의 그림책, <위대한 깨달음/키다리>를 다시 펼쳐 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한창 코로나가 극성이던 2021년에 올린 한 유튜브 영상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면서 글로 재발행되고,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저자는 미래 시대, 어느 후손의 시점을 중심으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오기 전과 이후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책 속에서는 신종 바이러스가 오기 전의 우리의 삶이 ‘혼란스럽고 온통 이해할 수 없는 모순으로 뒤 엉겨 있다’라고 표현했다.


 온 세상이 혼란스럽고,

 온통 이해할 수 없는 모순으로

 뒤 엉겨 있었지.

 지구 한쪽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 가는데,

 반대편은 모든 것이 넘쳐났어.//


 하늘에는 별 대신 커다란 비행기가 날아다녔고,

 땅에는 자동차가 가득했어.//


 바다는 어땠을까?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둥둥 떠다녔어.//


 결국 작품 속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책은 사람들이 신종 바이러스의 교훈으로 서로 눈 마주치고 노래하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전한다. 작가는 그들이 얻었던 ‘위대한 깨달음’으로 세상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고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얻은 우리의 ‘위대한 깨달음’은 무엇일까?


 2023년 3월 19일 열린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가 가까운 미래에 1.5℃에 도달할 것이라 경고한다. 즉 10년 이내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토록 많은 전문가가 경고했던 최악의 순간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삶은 어디로 흘러갈까? 그동안 인간의 모든 욕망을 막아두었던 코로나 팬데믹 해제까지 카운트 다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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