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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n 22. 2023

꿈을 꿀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을까?

 박봉에 시달리는 월급쟁이들이 원하는 최고의 꿈은 건물주였다. 한 달 한 번 찔금 들어오는 월급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건물주’가 그렇게 탐이 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돈을 ‘좀’ 벌었다는 유명인들이 너도나도 건물을 사며 재테크를 했다는 뉴스를 보면 부러움과 동시에 배가 아팠다. 저런 일이 과연 평범한 사람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이런 꿈이 꼭 어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김광호의 칼럼 <건물주를 꿈꾸는 아이들/ 출처:여수넷 통뉴스  2023.6.18>을 읽으면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어른이 “삶, 노동, 행복의 관계를 바르게 설명”해 주지 않았기에 아이들이 온당한 꿈을 꾸지 않고 ‘타자의 욕망을 꿈꾸거나 따라’한다고 말한다. 그런 불안한 모방은 ‘건물주’라는 욕망으로 드러난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현재 좋아하고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모두 미래로 미루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시절에 공부를 많이 해야 부자가 될 수 있고 그래야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말들이 어린 새싹들이 꿀 수 있는 꿈들을 빼앗아 버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지는 꿈이 ‘건물주’에 국한된 것은 오늘내일 일만은 아니다. 진로 수업이나, 미래 소망을 물어보는 스팟 게임을 진행할 때 많은 아이들은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야심만만하게 미래 직업을 이야기했던 시절은 이미 고리타분한 역사 속의 일이다. 돈에 찌들고 생활에 찌든 부모를 그대로 보고 배운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망만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씁쓸하게 지적하며 “아이들이 욕망을 넘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삶은 꿈을 꾸는 시간”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1년 전 새언니는 아주 속상한 얼굴로 전화를 했다. 우리나라 최고라 불리는 S대에 다니는 조카의 속마음을 듣고 나서였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아주 잘했던 조카는 부모의 속을 썩이지 않고 ‘현행’으로 S대에 들어갔다. 그렇게 무난히 본인의 인생을 개척할 줄 알았던 조카. 그녀의 꿈은 ‘편의점 알바’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생각도 없고 정규직으로 힘들게 회사를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저 먹고살만한 약간의 돈과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만 있으면 족하다고 말했다.


 고1에 들어간 둘째는 고등학교 첫 선택과목을 ‘문과 과목’으로만 채워 넣었다. 고전문학과 사회, 윤리 등등...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앞으로 취업은 어떡하지?’라는 걱정이었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아들이 갑자기 문과를 선택했다는 당황스러운 감정부터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에 대한 불안부터 밀려왔다.


 솔직히 인정한다. 지금 우리의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삶을 ‘꿈을 꾸는 시간’으로 바꾸고 싶지만, 조금씩 줄어드는 예금 잔고가, 점점 늘어가는 나이가, 오로지 ‘꿈’에만 전념을 못하게 만든다. 어린 나이부터 호쾌한 기개 없이 ‘건물주’를 꿈꾸는 아이들이 안타깝지만, 정말 그럴 능력이 있다면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밝고 긍정적인 꿈만을 꾸며 살고 싶지만 우리의 현실이, 불안한 노후대책이 꿈을 앗아가 버린다.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에 치우친 입시 경쟁도, ‘문과’보다는 ‘이과’를 선호하는 고등학교의 선택과목도, ‘건물주’를 꿈꾸는 아이들도 모두 어른들의 욕망이 아니라 현재의 불안감이 낳은 희생자들이다. 좀 더 높은 사회의 사다리로 나아가기 위해, 학원비에, 교육비에 또다시 휘청 인다. 먹고살만한 돈이, 여유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진 다음에야 비로소 본인의 꿈을 꿀 수 있다. 국가가 신경 못 쓰는 행복의 뒷자락, 우리는 돈으로만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고 3 큰애는 좋은 학과에 진학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큰 애를 보고 있다니 ‘대견’하다 싶다가도 왠지 서글프다. 그런 아들에게 묻는다. “그다음에, 뭐 하고 싶어? 대학에 진학하고 난 뒤에 뭐가 하고 싶어?” 아들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조심스레 덧붙인다. “대학 밴드에서 노래 부르고 싶어요.”


 행복을 미래에 저당 잡힌 채 현실의 벽에 막힌 큰 애도, 유튜브에 게임을 하며 현실을 벗어나려는 둘째도, 매주 로또를 사며 월급쟁이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남편도, 어릴 적 소망을 버리지 못해 글 세상에서 기웃거리는 나도, 모두 이루고 싶은 ‘꿈’ 하나 붙잡으며 아등바등 살고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세상이 과연 오기는 할까? 모두가 ‘욕망’보다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 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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