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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n 27. 2023

사교육과 킬러 문제의 상관관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호사가들에게 재미있는 입씨름 주제이다. 닭이 있기에 달걀을 낳을 수 있고, 달걀이 있어야 닭이 생긴다. 이 질문은 토론가들이 서로 얼굴 붉히며 팽팽하게 입씨름하다가 ‘에이 몰라, 그냥 다른 거나 하자’라며 기껏 벌였던 토론판을 없기에 참 좋은 논쟁거리다. 한 마디로 두 주제 모두, 어느 쪽을 편들기가 힘들다는 소리다.


 최근에 교육계에 또 하나의 뜨거운 토론거리가 탄생했다. 바로 '사교육 카르텔과 수능 킬러' 논쟁이다. 2023년 6월 15일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이후, 교육계는 그야말로 거센 폭풍우에 휩싸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정부는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과 관련해 평가원 대상 감사 방침을 밝혔다. 이 선언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모의평가를 문제 삼아 평가원을 감사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기관의 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진 채 사임했다. 올해 수능이 150일도 안 남은 시점이다.


 그렇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성급한 불씨는 지금까지도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불길에 더해하는 추세다. 우선 여당은 “사교육 카르텔 혁파”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옹호하고 있고, 야당은  대통령의 성급한 발언으로 인해 “수능 대혼란”을 야기했다는 반발로 맞서는 추세이다. 급기야는 교육부까지 나서 최근 3년간 나온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26개를 공개하고 올해 수능에서는 이런 종류의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했다. 또한 교육부는 수능만이 아니라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도 이런 문항을 배제토록 했다. 한마디로, 올해 2023년 수능은 모든 이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만이 팽팽히 맞서는 ‘대혼란의 수학능력시험 현장’이 될 모양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능의 ‘킬러 문제’가 그동안 팽배했던 사교육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교육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킬러 문제’가 없어진다면 최상위권과 상위권, 중위권 학생들을 구분할 수 없어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뽑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이 논쟁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하는 문제처럼, 서로의 주장이 너무 그럴듯하여 쉽게 선택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수능이 150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이토록 심각한 문제가 갑작스레 ‘툭’ 불거져 나왔다는 점만은 현 고3 부모로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힘들게 노력하고 애써온 결과를 가늠하는 시험이 바로 코앞이다. 여당도, 야당도, 사교육 전문가들도 서로 주장만 앞세우며 정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교육 문제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호사가들의 즉흥적인 논쟁처럼, 성급하게, ‘심심풀이 땅콩’처럼 불거져 나와야 했을까? 그토록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사교육 현장이 걱정이 되고, 나날이 슬럼화되고 있는 공교육계의 현실을 우려되었으면 이렇게 성급하게 불난 곳에 기름을 퍼부어서는 안 된다. 좀 더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이런저런 절차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얻으며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어야 했다.


 교육계를 팽팽하게 장악하고 있는 사교육의 문제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단순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수능과 입시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 공교육을 받은 모든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들로만 채우는 ‘평등’을 추구하려 한다. 한마디로,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들마다 갖고 있는 각각 다른 능력치와 사회 환경, 경제적인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애초부터 서울과 지방의 교육 인프라는 같을 수가 없다. 이미 출발점부터 불평등은 시작되었다. 대입 입시뿐만 아니라 숱하게 일어나는 고등학교에서의 내신 경쟁, 초중학생들의 특목중, 특목고 입시 경쟁 문제는 또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이 일은 모든 이가 동일한 기회를 갖는 ‘평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변화’에서만이 해결할 수 있다.


 2023년 6월 26일 자 부산일보에서 송지연 기자는 ‘망국적인 사교육, 지역균형발전이 답’이라는 제목을 기사를 썼다. 사교육과의 전쟁은 보다 근본적으로 ‘지역 우수한 대학에 대한 지원’과 ‘지역균형발전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기자의 주장처럼, ‘특정 대학 출신’과 ‘특정 학과’만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활과 노후를 보장하는 점진적인 정책과 대책만이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사교육 카르텔’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요즘 국민들은 불안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태원 문제, 언제 방류될지 모르는 후쿠시마 오염수, 갑자기 밀어 닿친 사교육 카르텔과 입시 문제 등 정부가 벌이고 있는 수많은 일중 어느 장단에 손과 발을 맞추어 걸어가야 할지 너무도 혼란스럽다. 매일매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입시 막바지 공부로 힘들어하는 고3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로서 단 한 가지만 빌어본다. 제발 모든 문제를 ‘즉흥적’으로 벌이지 말기를, ‘백년지대계’인 교육만큼은 ‘一刀兩斷(칼을 한 번 휘둘러 단번에 둘로 나누듯이 일이나 행동에 대한 결정을 선뜻 분명히 내리는 모습)’으로 ‘성급한 칼춤’을 추지 말고 차분히 해결할 수 있기는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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