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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Sep 11. 2023

출렁이는 수능호, 요동치는 고3들


 올해 고3 엄마가 되고 보니, 선배엄마들에게서 정보 얻기가 참 어렵다.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해도 “글쎄, 우리 때와는 달라서.......”라는 말을 듣거나 아니면 “그냥 아이가 알아서 할 거야.”라는 대답이 최선이다.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매번 요동을 치는 탓인지, 아니면 이미 이 기간을 거처한 선배 맘들이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탓인지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종종 화장실 가는 상황이 떠오른다. 화장실이 급할 때는 그렇게 절실하고 다급하다가도 막상 화장실 볼일을 마치면 ‘절실하고 다급’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네들도 그런 맘일까? 이미 급한 불이 지나가 버린 사람들에게 ‘화장실 직전의 고통’은 무조건 망각하고 싶은 기억일 뿐이다.


 지난 주말에 대학원서 접수 사이트인 ‘진학사’와 ‘유웨이’에 각각 원서 접수 캐시를 충전했다. 원서 1개당 10만 원, 수시 원서를 총 6개를 쓸 수 있다고 치면 적어도 60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 물론 환불이 되는 돈이지만, 다달이 나가는 학원비가 아닌 원서 비용으로 60만 원을 넣고 보니, 입시는 곧 ‘돈과의 싸움’이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미 고3을 거친 선배 맘들도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아이들을 대학을 보냈을까? 모든 것이 낯선 올해 고3 엄마는 수시 원서 접수, 수능 접수 하나 하는 것만으로 침이 바싹바싹 마른다.


 초조한 엄마들 못지않게 고3 아이들 역시 자기만의 싸움을 진행 중이다. 올해 수능의 표준 예시라고 할 수 있는 9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다음 날, 큰 애 학교 단톡방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한 아이가 수능이 7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과학탐구 과목 생명과학 1에서 생명과학 2로 바꾸겠다 난데없는  한 통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엄마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엄마들의 단톡방에 글을 올렸고, 같은 문자를 받은 엄마들도 학교로, 단톡방의 엄마들에게 묻고 진상조사를 하느라 핸드폰이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2023년 9월 모의고사는 ‘높은 신 분’의 의도대로 기존의 ‘킬러 문항’이 없어지고 ‘준 킬러 문항’으로 예쁘게 잘 제출된 시험이라고 평가받는다. 국어와 영어는 기존보다 조금 어렵게, 수학과 과학 탐구는 쉽게 제출되면서 올해만은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 어렵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생명과학 1 과목의 1등급 컷이 올라가 1 문제만 틀려도 바로 2등급으로 내려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른바 생명과학 1 과목의 90점대 점수를 받아도 2등급인데 반해, 생명과학 2 과목의 70점대 점수를 받으면 1등급이 되는 일이 생긴 것이다. 9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 초조해진 몇몇 고3 재학생들은 겨우 수능이 70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기존 선택과목을 바꾸는 요행을 꿈꿨고, 엄마들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셈이다. 결국 고3 아이들의 불안으로 빚어진 이 사태는 담임 선생님의 호된 질책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자기 고집을 꺾지 못하고 끝내 선택과목을 바꾼 친구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올해의 입시 결과는 도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6월에 갑작스럽게 제시된 수능 난이도 변화를 비롯해, 9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 재수생과 N수생들의 수능 원서 접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학력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는데, 가고자 하는 대학의 문은 점점 좁아지기만 한다. 애초에 큰 애 학교의 ‘선택 과목 변경’ 사건은 역시 그 학교에서 전교 1등이자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는 아이가 원하는 대학의 의대로 진학 못한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그 친구가 이번 9월 모의고사에서 틀린 개수는 단 2개, 하지만 과학탐구 1 과목에서 1개를 틀려 2등급을 받는 바람에 원하는 대학의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났다. 참 신기한 일이다. 다 맞지 않으면 과목에서 1등급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니 말이다. 몇 번의 수능경험과 몇 년 동안 수능만을 공부해 온 N수생들이 이번 수능 전쟁에 참가한다면 어쩌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 수시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대입 레이스의 첫 막이 올랐다. 수험생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며 가고 싶은 대학을 가늠하고 있다. 이 입시 하나로 아이들의 모든 인생 기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주의 모든 기운을 다 모아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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