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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Sep 21. 2023

100일 글쓰기에 도전 중

 얼마 전부터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오늘로 11일째, 매일 자정까지 글 한 편 올리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읽었던 책에 대한 서평이든,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내세운 칼럼이든, 하소연에 가까운 에세이든 뭐라도 한 편 쓰고 잠자리에 든다.


 문제는 생각보다 매일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사실 ‘100일 글쓰기’ 역시 3번째 시도이다. 예전에 했던 첫 번째 시도도, 2번째 시도도 모두 끝까지 완주 못하고 실패했다. 두 번의 시도들도 처음에는 이번처럼 순조롭게 글을 쓰다가 10일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이 생겼다. 글에 집중할 수 없는 굉장히 ‘바쁜’ 날도 있었고 혹은 어떤 소재로 매일 글을 써야 할지 모르는 ‘글 소재 고갈’된 날도 있었고,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글을 쓰기 싫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때는 그냥 뭐라고 적어서 100일 글쓰기의 명분이라도 채우면 될 텐데, 이상하게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선택했던 방법은 ‘현실 도피’였다. ‘이 날은 굉장히 피곤한 날이니까’, ‘오늘은 다른 수업 준비를 해야 하니까’, ‘몸이 안 좋아서 글쓰기가 잘 안 되니 그냥 자고 내일 써야지’, 이렇게 ‘글쓰기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매일 글쓰기를 하루 이틀 미뤘다. ‘뭐라도 쓰는 글쓰기’보다 조금은 짜임새 있는 글을 쓰고 싶었고, 최소한 성의 있는 글쓰기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100일 글쓰기 도전’에는 그런 마음마저 ‘독’이었다.


 최진우의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북바이북, 2017)에는 100일 글쓰기를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가 나온다. 저자는 100일 매일 글쓰기를 도전하며 슬럼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절대로 글쓰기를 위한 ‘휴식’을 권하지 않는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싶은 운동선수들이 매일 체력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듯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글쓰기 근육’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글쓰기에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글쓰기의 근육’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독이라고 말한다. 자유자재로 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글을 쓰는 근육’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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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일 동안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보통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벗어나려고 하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100일 글쓰기에는 도리어 독이 되기도 한다. 잠시의 멈춤이 영원한 휴식이 될 수 있다. 100일 글쓰기는 마라톤과도 같다. 달리기에 염증을 느껴 잠깐 쉬었다가 뛰는 러너 runner는 없다.

 출처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최진우, 북바이북, 2017) p.14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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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마치 새 볼펜을 길들이는 행위와 같다. 볼펜을 새로 사면 먼저 펜촉에 달린 투명하고 작은 꼭지를 떼고 글을 써야 한다. 여러 장의 종이에 대고 줄을 긋거나 이런저런 낙서를 하며 새 볼펜과 친목을 다진다. 그런 후에 새 볼펜을 사용하면 글이 술술 잘 써진다. 이런 볼펜으로 매일 신나게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 슬럼프가 온다. 그러면 또다시 글쓰기가 시들해진다. 손이 아프고, 다른 할 일이 많아서, 글쓰기 소재가 없어서, 글을 왜 써야 할지 몰라서...... 이런저런 변명으로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없다. 그러면 기껏 시간을 들여 길들인 볼펜은 금방 먹통이 된다. 한 자도 쓸 수 없는 고물덩어리 말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그 볼펜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 펜촉에 따뜻한 입김을 불고 잉크를 녹이는 등 또다시 길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쓰고 싶은 문장과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를 쓰지 않으면 본인이 알고, 한 달을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챈다. 그렇게 글을 계속 쓰지 않거나 띄엄띄엄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감돈다. ‘기성 작가도 아닌 데 글을 계속 써야 할까?’


 이미 그동안 2번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실패하고, 몇 달 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얻은 결론은 하나다. 만약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실낱같이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옳다. 누가 내 글을 읽고 안 읽고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쓸 때는 사람들의 공감 표현에 일희일비했다. 글을 쓰는 ‘나’보다 읽는 ‘독자’들을 생각하며 글을 적다 보니 지금껏 즐거웠던 글쓰기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3번째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는 독자들의 반응을 더 이상 신경 쓰기가 어렵다. 매일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생각하느라 고민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부풀어 오른다. 어디까지 글을 쓸 수 있을지, 마음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오늘로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11일째, 이제 8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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