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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Sep 25. 2023

정치 무관심, 이래도 될까?

 언제부터인가 나랏일에 관심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평소 정치이슈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원래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더욱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야당 대표 이재명의 단식 투쟁 이야기를 처음 인터넷 뉴스에서 접했을 때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왜 갑자기 단식 투쟁을 하지?’


 사실, 유명 정치인이 목숨을 걸고 하는 투쟁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특정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그 시도만으로도 엄청난 화젯거리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주변 사람들의 입에 그 이슈가 오르내리지 않았다는 현실이 놀랍고, 언론보도에서조차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개인적인 일로 너무 바빠 신경 쓰지 못했다는 말도, TV 뉴스를 보지 않아서 몰랐다는 말도 핑곗거리가 될 수 없다. 더군다나 그는 거대 야당의 대표가 아닌가?


 단식투쟁은 자기 의지를 강력하게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방식 중 하나이다. 이 투쟁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행동이기에 대부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의 성인 마하트마 간디가 75세의 나위로 옥중에서 3주간 단식을 한 바 있고, 많은 정치인들 역시 자기주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단식투쟁을 선택한다. 정치인들의 이런 행동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고, 때로는 동정 여론을 불러 모아 정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야당대표의 단식 투쟁은 기이할 정도로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도, 언론의 큰 주목도 끌지 못했다. 나 역시도 간간히 접하는 단식 투쟁과 관련된 인터넷 뉴스를 보며, 진행상황을 파악할 뿐이었다. 게다가 긴 시간 동안 단식 중인 야당 대표에게 검찰이 기어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면 뭔가 국민들이 잘 모르는 복잡한 정치관계가 도사리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어찌 되었건 목숨을 위험할 만큼 단식을 지속하던 이재명 대표는 24일이라는 긴 시간 끝에 투쟁을 멈추었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며 보수 언론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재명의 단식 정치가 공허”(출처: 세계일보, 황정미, 2023.9.18)라고 평했다. 그녀는 “이 대표가 왜 단식을 하는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인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며, “단식 명분으로 내세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 사과,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천명, 전면적 국정 쇄신이 평범한 이들에게 공명을 일으키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보수언론지의 칼럼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한 야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주장처럼, 이재명의 투쟁에 공감을 못한 탓인지, 아니면 정부의 정책에 큰 불만이 없는 탓인지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2023년 대한민국은 한 정치인의 투쟁을 나 몰라라 할 만큼 평화로운가?


 올해 들어 ‘묻지 마 테러, 사교육 카르텔, 교사 집회, 폭우 참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이슈들이 난무했다. 사람들은 연이어 보도되는 사건 사고들에 분노했고,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다. 이런 국민 정서와는 달리,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이 부딪히는 그들만의 이슈에 서로 날을 세웠고, 국민들은 그런 정치싸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정치권에 대한 모든 신경들이 서서히 무뎌졌다.


 ‘어제의 분노’가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라는 무심한 눈으로 모든 일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이 이렇게까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난 이유가 말이다. 주변에 충격적이고 폭탄 같은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자꾸만 정치에 대해서 생각하면 심한 피로만을 느끼고 있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 계속되는 지리멸렬한 정쟁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정치 두통’을 만들었다. 차라리 안 보는 것이 속 편하고, TV에서 정치권 뉴스 한 꼭지라도 나오면 채널이 돌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항상 말끝마다 국민을 위한다는 그들에게서 진정으로 국민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니 관심도 없다. 하지만, 한 야당 대표가 24일간 단식 투쟁을 했는데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가 왜 목숨을 건 투쟁의 이유를 몰랐다는 현실은 참으로 두렵다. 또한 한 인간의 생명 투쟁을 무시한 채 보수 언론의 투쟁에 대한 조롱도, 검찰의 체포영장을 배부도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정치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정치 무관심이 계속되는 그들만의 ‘정치 아수라장’을 만든다면 국민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들이 벌이는 명분 없는 싸움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 역시, 날 선 싸움은 멈추고 국민과 나라를 위한 건전한 논쟁으로 우리의 곁에 다가왔으면 좋겠다. 너무도 평화로워 임금님의 이름조차 몰랐다는 요순시대의 백성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평온과 더 이상 불안이 없는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 정치는 그들만의 이익다툼을 위한 경쟁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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