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진주 Sep 29. 2023

탕후루 열풍, 당신의 생각은?

 몇 달 전부터 아파트 앞 동네에 탕후루 가게가 2군데나 생겼다. 자주 가던 카페와 옷가게가 갑자기 사라지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에 사실 어떤 가게들이 생길까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이렇게 꺾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탕후루 가게만 2곳이나 생길 줄은 몰랐다. 처음 각 가게의 알록달록한 간판들을 봤을 때만 해도 두 군데가 다른 가게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곧 같은 가게임을 알고는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내심 놀랐다. ‘이 좁은 동네에 탕후루 가게만 2곳이라니, 멀지 않아 바로 간판을 내리지 않을까?’라는 우려로 두 가게를 유심히 살피며 지나다녔다. 하지만 그런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지금까지 두 탕후루 가게들은 항상 교복 입은 학생들로 문전성시였다.


 그야말로 2023년 대한민국은 탕후루 열풍이다. 이 간식은 기다란 꼬치에 과일을 꽂아 설탕 시럽, 물엿 등을 입혀 겉면을 딱딱하게 만든 중국 디저트로 최근 MZ 세대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탕후루는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팔던 간식이지만 지금과 같은 큰 유명세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인기 유튜버들이 탕후루를 먹는 ASMR(소리) 영상이 올리면서 더 각광을 받았다. 실제로 유퀴즈 온 더 블록(2023.8.16)에 출연했던 원조 먹방 유튜버 띠예는 보너스 영상으로 감칠맛 나는 탕후루 ASMR을 들려주었다. 딱딱한 설탕 코팅 소리와 촉촉한 생과일 과즙이 절묘하게 섞이는 ASMR은 묘한 매력을 자아냈다.  


 젊은 세대들의 열광과 다르게 최근 곳곳에서 탕후루 열풍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 가게는 노탕후루존입니다"…'마라탕후루' 열풍의 이면”(출처:파이낸셜 뉴스, 2023.09.16)에서는 탕호루로 인한 끈적거리는 설탕 시럽과 긴 꼬치로 인한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주변 가게들의 갈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탕후루를 먹어 본 한 치과의사는 "탕후루 유행이 계속된다면 제가 조만간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출처: 조세일보, 2023.09.29)

 한 마디로 탕후루는 젊은  세대들의 비만과 치아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간식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탕후루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매일신문 기자들은 탕후루 열풍을 취재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MZ의 특성과 미디어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분석”한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밴드웨건효과로 몰리는 소비자들의 현상도 언급했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세계적으로 음식 문화에는 트렌드가 있고, 그 트렌드가 우리의 입맛에 맞게 국내로 들어온다"며 "여기에 공유 속도가 빠른 SNS와 언론이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면서 일종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밴드왜건효과(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르는 현상)도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뭘 먹고 맛있다고 하니까 다 몰리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음식에 익숙한 세대들은 시간이 많이 지나도 이 음식들을 계속 찾을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출처 : 매일신문, 2023.0919)


 하지만, 단지, ‘트렌드에 민감한 MZ의 특성’과 ‘밴드웨건효과’로만 대한민국 탕후루 열풍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처음에는 ‘남들이 다 하는 유행’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자기 입맛’이 되어 버린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맵고 자극적인 마라탕 인기와 탕후루 열풍과 연결 지어서 그 원인을 생각해 봄직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맵고,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이런 일반적인 현상들을 생각해 볼 때,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무의식적으로 탕후루와 마라탕을 먹으며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를 갈구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장된 추측일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균형 잡힌 건강 식단, 적당한 운동, 과도한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며 오래 살기를 희망한다. 이상하게도 대한민국 사회는 건강을 생각하는 ‘제로 슈거’ 마케팅과 ‘설탕 과다’의 탕후루 열풍이 공존한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마케팅이 인기를 끌지만 누구 하나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모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극과 극의 문화로 치닫는 사회인가? 건강을 생각해 제로 슈거 음료를 사 먹고 디저트로 탕후루를 찾는 사람들, 대한민국은 소득 양극화, 문화 양극화 못지않게 맛의 양극화도 공존하는 사회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치 무관심, 이래도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