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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06. 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바닷물은 돌고 돈다.

 민족 최대명절 추석연휴가 끝났다. 이제는 일상의 부지런함으로 돌아갈 때이지만, 여전히 연휴의 나른함에 취해 헉헉거리고 있다. 그런 마음은 추석 음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며칠 째 냉장고 속에는 아직도 다 먹지 못한 명절 음식들이 미련처럼 남아있다. 배 터지도록 먹었던 각종 나물들과 고기, 새우튀김과 전들, 탕국들을 또다시 먹자니 좀 물린다. 하지만 저 음식들을 다 먹어야 명절의 여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 모양이다.


 비장한 마음으로 냉장고를 뒤져 본다. 명절 음식들의 맛이 변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먹어치워야지. 그렇게 냉장고 위 칸, 아래 칸을 뒤지다 보니 어째 좀 이상하다. 우선 과일 칸을 뒤져봐도 매년 추석마다 흔하게 먹던 사과 한 알이 안 보인다. 며칠 전에 먹었던 사과 몇 알이 마지막이었나? 요즘 사과가 ‘金사과’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이상하게도 이번 명절에는 온전한 사과 1박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두 번째, 생선의 양이 예전 명절에 비해 월등히 줄었다. 평소라면 손이 크신 시어머님이 생선 종류별로 찌고 굽고 해서 냉장고가 가득 찼을 텐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 며칠 전에 생선 몇 토막 먹고 나니 바닥이 났다. 아니, 이것도 '金생선‘이라 그런가?


 문득 8월 말쯤 유명한 해물집에 들렀다던 친한 동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는 모처럼 다른 지역에서 온 친한 친구와 회포를 풀기 위해 수원에서 유명한 해물집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 집은 평소에도 손님들이 유난히 많아 며칠 전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가게였다. 당일 예약이라 거의 반쯤은 포기한 채 전화를 했는데, 가게 사장님이 흔쾌히 와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동생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해물집에 들렀고, 아주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한 마디, “언니, 이상한 점은 말이야, 그 집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또다시 일본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오염수의 2차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한겨레 21 기사(2023.10.05)에 따르면, “2023년 10월 5일 오전 도쿄전력은 1차 때와 같은 7800t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고, “하루 방류량은 460t가량으로, 10월 23일까지 19일간 방류된다.”라고 한다. 이는 2023년 8월 24일에 방류되었던 7788t과 유사한 양이다.


 국민들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서로 ‘합의’하며 ‘원만’하게 한 목소리로 낼 수 있었던 것은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정부와 도교전력은 방류 때마다 “오염수 원전 주변에서 정기적으로 바닷물과 물고기를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 역시 방류사실을 알릴 때마다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이 없도록 확인과 점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한다.


 문제는 그 ‘안전’을 못 믿겠다는 거다.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합의로 벌어진 ‘작은 나비의 날갯짓’은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수많은 찬반 논란의 폭풍우를 만들었다.


 우선 시민·노동·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겨우 한 번 오염수를 버렸을 뿐인데 바다엔 변화가 생기고 (오염수를 처리하는) 시설 설비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9월 말에는 2차 방류 오염수 시료에서 탄소-14, 세슘-137, 코발트-60, 아이오딘-129 등 방사성 물질이 미량 검출되는 등 ALPS(다핵종 제거설비)가 방사성 물질을 완벽히 거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출처: 오마이 뉴스, 2023.10.5.)


 한편, 짐 스미스 영국 포츠머스 대 환경대 교수가 이끈 영국·호주 국제공동연구팀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 환경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5일(현지 시간) 공개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철저한 관리 체계에서 시행되는 만큼 인체에 해가 되거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낮다”며 “프랑스 라 헤이그 원자력발전소가 1996년부터 2016년까지 해양에 방류한 삼중수소수에 비하면 일본 정부가 계획으로 공개한 방류 오염수 양은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전했다.(출처: 동아일보, 2023.10.06)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이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가운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때부터 축적된 구정물들이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서로 어긋나는 만큼,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정성은 더욱 시급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원만한 동의 없이 밀어붙인 정부의 성급함이다. 마치 ‘날치기 법안’처럼 일본과 진행된 회담결과 때문에 국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정부가 여러 국제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이밀어도 국민들은 “못 믿겠다”라고 뻗대고 있는 상황이다.


 불안은 불안을 낳고 있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는 그 조짐이 보인다. 최대 명절의 추석에도 국민들은 생선 선물을 꺼리고, 수산물을 먹을 때마다 찝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오염수 방류가 있기 전에는 이미 천일염 사재기 소동까지 있었다. 김치에 들어가는 멸치 액젓이며 새우젓까지 얼마나 많은 음식에 바다의 은혜를 입고 있는가? 곧 있을 김장철이 두려워진다. 올해 태풍의 피해로 국민 과일인 사과가 金사과로 변했듯, 이제는 해산물도 물 건너온 것을 먹는 부유층과, 국내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먹는 빈민층으로 나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뭐 하나, 어차피 바닷물은 돌고 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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