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발전을 두고 인간에 대한 ‘위협’ 일지, 아니면 삶의 ‘편리함’ 일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극단적으로 나뉘는 요즘의 관점과는 달리, 과거에는 다가올 미래사회를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1대 4로 진 후,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 급속도로 퍼졌다.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 챗gpt가 개발되고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던 창작 분야까지 침투하면서 인간들은 극도의 두려움과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적’인가? 아니면 ‘인간의 편’인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크리에이터>(2023년 10월 3일 개봉)는 인간들이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가지는 모든 질문과 두려움을 내포한 영화이다. 감독 역시, “우리는 AI를 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파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밝힌다. 지금까지 나온 AI와 관련한 대부분의 SF 영화들이 인공지능 로봇을 ‘강한 악당’으로, 인간들을 기술 발전에 저항하는 ‘약한 피해자’로 묘사했다면, <크리에이터>는 기존의 식상한 ‘인공지능 장악설’을 거부한다. 관람을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등장인물들의 행동들과 대사 그리고 장면들과 배경을 곱씹은 후, ‘찝찝’하면서도 다방면의 질문들을 던지게 만드는 ‘요상한’ 영화이다.
<크리에이터>는 2070년대를 배경으로,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LA에 핵폭탄을 터뜨리면서 인류와 AI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그린 영화이다. 서방 국가들은 대참사 이후 AI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지만, 동방의 국가들은 AI를 보호하며 함께 공존하기를 원한다. 그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는 적진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하다 그는 임신한 아내와 헤어지고 그 충격으로 기억을 일부 상실한다. 정부는 AI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진에 대한 그의 잊힌 기억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인공지능 로봇을 대응하기 위해 만든 유일한 공격수단 ‘노마드’를 위협할 강력한 무기가 적진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조슈아는 오직 다시 아내와 만나기 위해 그 작전에 합류한다. 그는 적진에 침투하며 그 무기가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란 사실을 알게 되는데…
<크리에이터>는 인공지능 로봇과의 싸움을 핑계로 ‘때리고 부수고 파괴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다. 보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철학적인 영화이다. 어쩌면 골치 아플 수 있는, 그렇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생각해 봐야 하는 내용들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크게 떠오른 질문은 2가지였다.
‘왜 서양 대 동양의 대결일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인공지능 로봇을 파괴하려는 미국과 보호하려는 동양의 대결양상을 보며 자연스레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한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기술이 뛰어난 서방 국가들은 그들이 만든 강력한 무기 ‘노마드’로 인공지능 로봇 기지를 향해 사정없이 미사일들을 투하한다. 미사일들이 폭발할 때마다 일어나는 강력한 버섯구름들은 옛날에 있었던 비극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그들은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지녔다. 그에 반해 인공지능과 함께 싸우는 동양의 대응은 참으로 미약하다. 최신 무기 노마드에 비하며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총과 수류탄들만이 그들의 유일한 무기다. 아시아인들은 인공지능 로봇들과 공존하며 푸른 자연 속에서 소를 키우고 그들만의 종교를 믿는다. 게다가 인공지능 로봇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선 대장격인 인물은 일본인이요, 함께 싸우는 인공지능 로봇들의 모습은 동양인의 외모를 띄고 있다.
‘왜 서방국가들은 인공지능 로봇을 적으로 돌렸을까?’
LA 핵폭발 이후, 미국은 이 참사가 인공지능 로봇의 공격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 그때 이후 서방 국가들은 로봇과의 공존을 극렬하게 거부하고 인공지능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하지만 동양의 아시아 국가들은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선택하고 기꺼이 서방과의 싸움에 합류한다. 미국은 앞서 이 전쟁이 아시아 국가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대결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잔혹한 공격은 인공지능 로봇뿐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시아 국민들에게 가해진다. 영화 속 서방 국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무엇을 위한 전쟁이요, 공격인지 헷갈린다.
기술의 발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든 기술이 어느 순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편리한 삶을 위해 개발한 화석연료가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고,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처음에는 ‘기적’이었지만, 절제 없는 과도한 기술 오남용이 모든 것을 악몽으로 만들고 있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의 힘과 기술로 빚어지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사회를 그리지 않는다.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을 바라보며 엇갈리는 인간들의 가치관들을 묘사하고 있다. “AI를 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파괴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사고의 단계를 넘어서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사고하며 성찰해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지는 우리의 ‘한 줌’의 생각이 창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