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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16. 2023

누가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 것인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작은 출발점에서부터 점점 커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로 주식과 같은 투자 상황이나 게임을 설명할 때 인용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다. ‘나비효과’와 비슷한 의미로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비 효과’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비해, ‘눈덩이 효과’는 조금이나마 결과를 추측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극 역시, 실은 작은 눈덩이와 같은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두 나라의 갈등이 1948년 5월, 유대인들이 팔레인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건설하면서 시작되었다는 내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쟁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유명한 갈등 지역이다. 역사에서는 이들의 갈등을 이렇게 설명한다.


 약 2천 년가량 나라 없이 전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은 유럽 각지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적응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전체에 깊게 퍼져 있는 반유대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라는 유대인 학살로까지 이어졌다. 그 참사 이후 유대인들은 나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과거에 그들 조상들이 살았던 곳에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하자는 운동, ‘시오니즘’을 일으키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예전 유대인 조상들이 살았던 지역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들 국가의 갈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영국을 비롯한 UN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벨푸어 선언’을 통해 유대인들이 지원해 주면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건설하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안타깝게도 똑같은 내용의 선언을 1년 전에 아랍인들과 했던 것이 문제였다. 둘 중 어느 한쪽을 지지할 수 없었던 영국은 UN으로 넘겼다. 그리고 마침내 UN은 유대인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1948년 이스라엘의 국가가 건국될 수 있었다. 작은 눈덩이의 시초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눈덩이는 점점 커져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사이에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벌어진 이스라엘의 참사는 더 참혹한 눈덩이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양측의 무력충돌로 사망한 사람들은 14일 현재 3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2023.1015>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측에서 최소 2천215명(어린이 724명 포함)이 숨졌고, 이스라엘 측 사망자도 1천300명에 달했다고 유엔이 집계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양쪽 모두 피해자이다. 과거 조상의 땅을 약속받고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이나 갑작스레 자기 땅을 빼앗기게 된 팔레스타인, 모두 안타까운 사연을 지녔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의 참상만은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2023년 10월 7일에 하마스가 저지른 민간인 대학살은 무조건 비난받을 만한 일이다. 무기도 없고 아무런 방어할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학살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오랜 역사로부터 비롯된 그들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나 그들이 저지른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확전 상황 역시 두렵다. 이스라엘은 어느 적군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국경 방어 장벽이 허무하게 뚫리고 하루아침에 죄 없는 국민들을 잃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가지고도 '오랫동안', 이런 '대규모' 공격을 미리 예방하지 못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무척 원통하고 화가 날 것이다. 그런 분노가 또 다른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참혹한 비극이 생길까 염려스럽다.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과 함께 전쟁의 다음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2023.10.15) 그리고 이란 역시 “이스라엘이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적 전쟁 범죄와 대량학살이 즉각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출처: 이데일리, 2023.10.15) 끝도 없는 갈등 속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두 나라 사이에는 결코 쉽게 풀릴 수 없는 ‘고르디아스 왕의 매듭’이 숨어 있다. 과거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은 이 매듭을 과감하게 칼로 잘라 이 문제를 풀었지만 두 나라의 갈등의 매듭은 어느 누구 하나 쉽게 칼을 사용하지 못할 만큼 꽁꽁 묶여 있다. 처음부터 잘못 묶인 매듭이었다. 누가 두 국가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 수 있을까?


 지구 반대편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이런 상황들이 무척 두렵다. 이번 참사가 더 절실한 공포로 다가왔던 이유는 그런 까닭이다. 전쟁 앞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그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아무 힘도 없는 민간인이 될 것이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으로, 그리고 이스라엘의 보복 대응으로 더 이상 민간인들을 절대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쟁의 잔혹함 앞에 누구나 초라한 장기말로 쓰러질 수 있다. 과거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처럼, 두 국가 간의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까? 모두가 자멸하는 결론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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