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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24. 2023

가지 많은 대한민국, 바람 잘 날 없다.

 화려한 빛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그 빛이 휘황찬란한 밝기를 뽐낼수록 어둠은 칠흑보다 더 까매진다. 수많은 스타들이 존재하는 연예계가 그렇다. 이 화려한 세계는 눈부신 인공조명 아래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항상 웃고 즐기며 행복한 사회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때때로 터져 나오는 비극적이고 암울한 사건 사고들이 반대편의 그림자들을 강하게 드러낸다. 환한 햇살 속에 비친 그들의 치부들은 무척이나 추악하다. 대중들의 사랑을 마음껏 누렸던 스타들의 빛이 강하고 아름다울수록 그 그림자는 한 줌의 빛조차 통과하지 못할 만큼 숨 막히도록 어둡다.


 최근 톱 탤런트 이선균의 기사로 시끄럽다. 며칠 전까지 그는 다른 마약 사범들의 일행에 휘말린 피해자, 혹은 혐의를 지닌 참고인정도로 취급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늘을 기준으로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던 이선균을 마약 피고인으로 확정했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023.10.23)에 따르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가 형사 입건되면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라고 전하며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의 서울 자택에서 여러 차례 대마초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 씨와 이선균 사이에서 수억 원의 금전관계까지 오간 것으로 보아 그의 범죄를 거의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 배우 이선균의 이미지가 워낙 깨끗하고 가정적이며 호감 형이었다. 그래서 이번 그의 마약 투약 사건이 던지는 사회적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배우 이선균의 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고계와 영화계 역시 그와의 관계 단절을 재빨리 시도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톱 탤런트 이선균이 마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사실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몇 가지 의문은 있다.


 첫째, 왜 이선균은 마약을 했을까?

 그는 201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주연배우이다. 연기인이라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고 이후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하며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었다. 한없이 찬란한 무대로 올라갈 일만 남은 그가 왜 마약에 손을 댄 걸까? 겉으로 드러난 ‘연예인들의 이미지는 믿을 것이 못 된다’라며 가볍게 치부하기에도 참 미심쩍은 일이 많다. 성공의 여신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한없이 선한 에너지로 가득해 보였던 그였다. 그래서 이선균의 추악한 타락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아이들이 있는 가장이 아닌가? ‘원래 연예계가 너무 많은 유혹의 구덩이로 빠지기 쉬운 무서운 동네’라고 생각해도 이번 그의 탈선은 참 이상하다.


 둘째, 왜 지금 이 순간 톱탤런트의 마약 사건이 폭로되었을까?

 이번 톱탤런트 이선균의 마약 폭로는 갑작스럽게 전개되었다. ‘어’하는 순간에 기사가 나왔고, ‘아’하는 순간에 그의 죄가 확정되었다. 너무도 빠른 여론 보도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저희 청에서 수사 중인 마약류 투약 혐의 관련, 일부 언론사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측성으로 보도하고 있다”라며 “이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사를 진행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출처: 위키트리, 이범희 2023.10.23)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기 이전에 언론들이 여러 정황들을 추측하며 그의 죄를 확정 지었다. 이 모든 일들이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처럼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탤런트의 치부가 왜 이렇게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럴 때마다 그 이면에 존재할지 모르는 의심의 한 조각을 떠올린다. 흔히 깜짝 놀랄만한 유명 탤런트의 대형 스캔들은 정치 이슈 은닉과 늘 함께 한다고들 말한다. 혹시 이번 사건도 그런 정치 스캔들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닌 지 자꾸만 의심의 눈초리로 이번 사태를 살펴보게 된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지금 보이는 것이 다일지를 말이다. 온갖 거짓과 진실들이 혼재하는 곳에서 나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적어도 이번 톱탤런트 이선규의 마약 투약 의혹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2가지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라도 자칫 잘못했다가는 순식간에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점과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예인을 더 이상 온전하게 좋아하면 안 된다는 뒤늦은 깨달음보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더 두렵다.


 이제 대중들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야기는 무엇일까? 한 톱탤런트의 끊임없는 추락? 아니면 마약과의 전쟁? 아니면 제3의 정치비리일까? 역시 가지 많은 대한민국, 바람 잘 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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