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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03. 2023

그 많은 빈대는 어디에서 왔을까?

 때아닌 빈대 소동으로 2023년 대한민국 전역이 난리다. 빈대는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고 알려진 해충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지에서 빈대출몰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더니 마침내 대한민국까지 등장했다. 인천의 사우나에서 한 대학의 기숙사까지, 부천, 대구에 이어 서울에서도 빈대출몰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빈대의 등장, 현재의 지구상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본래 빈대는 따뜻하고 더러운 환경을 좋아하는 해충이다. 침대의 매트리스나 천 소파와 같은 패브릭 소재에서 시식하기 쉽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잘 서식한다고 한다. 최근 급격한 기온변화로 가정 내 난방을 시작하면서 빈대가 가장 좋아하는 따뜻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이 해충은 먹이 없이 3개월을 견디지만, 60도 이상 고온에는 취약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시설과 기숙사의 침대 매트리스, 지하철과 카페의 천 소파가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사람이 지하철, 영화관과 같은 대중시설에 있는 천 소파의 지저분한 자국들이 신경쓰여 앉기를 꺼린다고 한다.


  많은 누리꾼이 빈대출몰의 원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 바로 외국 유입설이다. 전 세계의 발을 꽁꽁 묶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해외로 오고 가는 일이 자유로워졌다. 그 과정에서 해외에서 들어온 많은 유학생, 여행객들의 소지품과 옷에 빈대들이 딸려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현재 빈대를 예방하고 박멸할 방법은 개인위생 관리와 살균뿐이다.


 빈대에 대해 보하는 대부분 기사에서는 빈대가 출몰한 현재 상황과 외국 유입설 그리고 예방하고 박멸하는 방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외국 유입설의 출처 역시 명확하지 않다. 어떤 기사는 다량의 빈대들이 프랑스 공공시설에서 발견되었다고 하고, 또 다른 기사는 영국의 지하철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원래 빈대가 지저분하고 따뜻한 곳에 살기 좋아한다고 하지만, 갑자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직후 이렇게 무섭게 출몰하는 것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몇 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던 시절의 악몽이 떠오른다.


 현재로는 빈대가 어디에서, 왜 갑자기 지금 출몰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또한 이런 상황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해충의 재등장은 막연히 지구상의 이상 기온,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그리고 살충제의 과다 사용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열성적인 생태주의자이자 환경보호주의자였던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에 대해 무서운 경고를 날렸다.


 “1940년대 이후 ‘해충’이라는 현대적인 용어로 설명되는 곤충, 잡초, 설치류, 그 밖의 유기체들을 없애기 위해 200여 종의 기본적인 화학물질이 제조되었고 다시 수천 개의 제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다. (중략) 그런데 다윈이 제창한 적자생존론을 증명하듯, 곤충은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놀라운 종으로 진화해 갔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곤충에 사용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살충제가 나오고 그 다음엔 이보다 독성이 더 강한 살충제가 등장한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중략) 해충은 살충제 살포 후 생존능력이 더 강해져 오히려 이전보다 그 수가 많아진다.” (p.31-32)


 어쩌면 지구상에 다시 등장한 빈대들의 습격은 또 다른 환경의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썼던 살충제의 위협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환경은 다양한 재앙의 모습으로 인간에게 경고를 던졌다. 지금까지 스쳐 지났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광우병, 코로나, 조류독감, 구제역, 소 럼피스킨 병 등’과 같은 병들은 어쩌면 우리 인간의 이기심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 같은 진실들을 애써 외면하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기다리고만 있다.


 하지만 모든 진실과 원인을 강제로 침묵으로 덮어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병든 동물들을 땅에 묻고 더 강한 약으로 해결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 모든 재앙을 절대로 끝낼 수 없다. 인간은 지금이라도 빨리 자연과 대항하려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레이첼 카슨의 말처럼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를 사실을 깨닫지 않는 한, 지구상의 기이한 병과 현상들은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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