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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05. 2023

<장사천재 백사장 2>에서 찾은 따뜻한 온기

 <장사천재 백사장 2>는 우리나라 요식업계 권위자인 백종원과 연예인들이 한식 불모지인 해외에서 식당 영업을 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은 한식 불모지였던 모로코와 이탈리아에서 식당을 했고, 이번 시즌2의 장소는 미슐랭 식당들이 가득 모여있는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이다. 사실 백종원이 진행하는 ‘골목식당’ 식의 프로그램 포맷이 이제는 좀 물려 애써 챙겨보지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고난에 빠진 백 사장이 현명하게 극복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모로코와 이탈리아에서 진행했던 시즌1의 식당 운영도 여러 현지 상황으로 순탄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2 스페인의 장사 영업은 두 배 정도 더 힘들어진 듯하다. 지금까지 방송한 분량에서 백 사장이 마주한 고난은 2가지다. 미슐랭 식당들이 즐비한 지역에서 낯선 한국 음식을 알려야 하고, 한국 식당 1호점과 2호점을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에 배정받은 식당은 현지에서도 오랫동안 장사가 안되어 폐업한 식당이다. 백사장은 첫 번째 고난을 밝은 인테리어와 아늑한 소품 활용, 그리고 ‘폭탄 계란찜’이라는 오픈 기념 서비스 미끼상품으로 무난하게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점은 백사장만이 가진 식당경영 노하우이다. 그동안 타 프로그램에서 ‘장사를 할 때면 이렇게’라고 부르짖던 그의 장사 비법이 이 해결 과정에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그는 배정받은 식당으로 향하는 단 몇 분 동안 폐업한 식당의 문제점을 모두 파악해 냈다. 백사장은 예리한 상권 분석으로 식당의 메뉴와 앞으로 주 고객층으로 삼아야 할 손님의 연령층을 떠올렸다. 백사장이 왜 ‘대한민국 요식업계의 최고 권위자’로 추앙받는지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척박한 상황에서 절망보다는 긍정으로 모든 일을 극복하는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백사장은 장사할 때 ‘조삼모사’ 식의 재료비 절약으로 손님을 속이지 않는다. ‘개업할 때는 아끼지 말고 충분히’라는 생각으로 섬세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 ‘폭탄 계란찜’이라는 서비스 음식도 생각해 냈다. 지금까지 그가 단순히 음식 맛으로 대한민국 요식업계를 사로잡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존박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에는 그저 한국말이 어눌한 미국 출신의 가수로만 알았던 그였다. <장사천재 백사장 2>을 보며 그의 참모습을 다시 발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2의 돌발상황에서 매니저 존박이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은 너무 감탄스럽기만 하다.


 현지 문화와 풍습이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에서의 첫 영업일, 그는 술을 잔뜩 시켜 먹고는 “개업한 식당의 첫 손님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뻔뻔한’ 어르신 손님들을 만났다. 애써 침착하게 그들을 대응하던 존박은 ‘이 공짜 문화가 그 지역의 관례’라는 말을 듣고 재빨리 영수증을 찢는다. 그는 돈을 받지 않고 웃으며 그들을 배웅한다.


 두 번째는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현지 종업원의 실수를 대하는 상황이다. 2023년 11월 5일에 방영했던 <장사천재 백사장 2>에는 백사장의 전략으로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드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현지 종업원은 음료들을 주문받고도 ‘포스기’에 입력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챈 존박은 백사장 몰래 그 실수를 무마하려 노력한다. 혼자 묵묵히 그 일을 해결하고 난 이후에는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를 질책하거나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웃으며 “아무 일이 없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 프로그램은 백사장의 천재적인 장사 비법도 놀랍지만,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바쁜 상황에서 식당 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살펴볼 수 있어 더 재미있다. 솔직히 존박이 식당의 손님들을 마냥 친절하게 대할 때 ‘방송에 나오니까 선한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존박의 표정과 태도가 너무 진실하다.


 이번 방송 에피소드를 보며 ‘만일 그 상황에서 내가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해 보곤 한다. 분명 나라면 “첫 손님은 공짜”라고 주장하는 외국인 어르신들의 말을 의심하며 기어이 돈을 받았을 것이다. 만일 나라면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를 덮어주고 난 뒤, “나중에 그러면 안 된다”라고 한 마디쯤은 내뱉을 것이다. 못 미더운 상황은 바로잡고, 고용인의 실수는 바로 알려줘야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식당에 온 모든 이를 편안하게 해 주는 존박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매너를 다시 떠올린다. 이 행동 방식은 단지 마음이 나쁘고 좋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얼마나 진실로 대하느냐’와 ‘얼마나 배려있는 마음으로 상대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동안 ‘당연히 이래야 한다’라는 단단한 아집에 빠져서 살았던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된다.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에는 따뜻한 매너의 온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넘칠수록 사회 속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런 이유에서, 존박,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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