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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13. 2023

수능 시험장에서의 실수는?

 수능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다. 전국 사찰, 교회와 성당이 모두 수능 기도로 분주하다는 기사를 보니 고3 입시생을 둔 모든 부모의 마음이 다 내 마음과 비슷할 듯싶다. 평소에 하던 일들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근대고 걱정되는 마음이다. 지금 심정으로는 세상의 모든 운을 끌어모아서 큰일을 치르는 아들에게 보태 주고 싶다.


 저녁 무렵 무척 긴장한 듯한 큰 애를 학교로 보냈다. 마지막 기숙사 주말 귀사 길이다. 괜히 울적한 마음으로 그 녀석의 짐들을 정리하는 데 아들이 빼놓고 간 검정 블루투스 이어폰이 보였다. 큰애는 오랜만에 집에 와서는 학교에서 주의시킨 수능 시험장에 있을 만한 주의 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주말 내내 이 작은 블루투스 이어폰이 가장 걸렸던 모양이다. 평소에는 그 녀석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는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니 눈물을 머금고 두고 간 모양이었다. 아들은 수능 시험장에서 부정행위가 걸리면 바로 퇴장해야 하고 다음 해에는 수능을 치를 수가 없다며 무척 긴장한 눈치였다.


 그런 아들의 말을 들으니 얼마 전에 읽었던 수능장에서 부정행위 행동에 관한 한 줄 기사가 생각났다. 경북 고교 한 교무부장이 전한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에게 걸쳐 준 아빠 옷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발견돼 무효 처리된 학생”의 이야기였다. 이 기사에는 여러 부정행위의 예시 중 하나로 언급되어 있었다. 단 한 줄 뿐인 사연인데도, 수험생에게 옷을 걸쳐 준 아빠의 마음도, 나중에 그 옷에서 아빠의 핸드폰을 발견하고 경악했을 아이의 심정도 알 것 같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분명 그날은 몹시 추운 수능 입시 한파가 닿친 이른 아침이었을 것이다. 추위와 불안함에 벌벌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다 못한 아빠는 본인의 따뜻함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겉옷을 양보했을 것이다. 처음 치르는 입시로 극도의 긴장에 휩싸인 아빠는 핸드폰이 옷에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아이가 시험장에 들어간 후 뒤늦게 그 사실을 발견한 아빠는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까? 별생각 없이 시험을 치르던 아이도 생각지도 못한 핸드폰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놀랐을까? 그다음에 어떤 사연이 벌어졌을지는 차마 알고 싶지 않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이후의 대학 입시 결과가 정해지는 만큼 모든 부정행위는 엄격하게 처리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처럼, “대부분은 고의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려는 경우보다”는 “이유를 물어보면 몰라서 그랬다는 대답이 대부분”인 실수이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대부분 학생은 ‘처음 수능’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시험장에서의 ‘부정행위’가 아니라 ‘주의 사항’으로 여겨져야 할 실수들이다. 그런 실수들조차 모든 학생의 염원이 담긴 시험장에서는 부정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한국인의 정, 관용조차도 이 시험장에서만큼은 아껴야 하는 곳이다.


  실수는 참 묘한 단어이다. 사람들의 집단이나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리트머스 종이와 같다. 평소 호감이나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실수를 저지르면 그 어설픈 행동도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실수하면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으며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행동을 실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고의적인 술수가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어쩌면 수능 시험장은 품속에 있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회를 경험하는 첫 예비 관문일지도 모르겠다. 잘못된 행동을 ‘실수’라는 말로 얼버무리지 않고 무조건 ‘책임’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사회 말이다. 사람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어설픈 실수도, 그릇된 마음으로 저지르는 고의적인 술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시험장이다. 공정하고 탈이 없는 결과를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더 딱딱하고 걱정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제발 아들이 침착하게 평소에 하는 것처럼 시험을 치르고 나왔으면 좋겠다. 수능 대박의 기운이 아들에게 넘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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