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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22. 2023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올 때

큰 애의 학교는 급식이 맛없기로 유명하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리 퉁퉁하게 체격이 있는 학생이라도 이 고등학교를 3년만 다니면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 정도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학교로 기숙사 짐을 가져다주러 종종 들르면 살찐 학생들을 거의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어쩌다 마주치는 몇몇 퉁퉁한 학생들은 거의 1학년일 확률이 높다. 그마저도 3학년이 되면 살찐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등학교 생활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급식이다. 사방에서 '공부하라'로 밀어붙이는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맛있는 밥마저 제대로 먹을 수 없다면 그만큼 암울한 일도 없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아들에게 물었다. 너희 학교 급식은 왜 그렇게 맛이 없는 거냐고. 아들은 조리사 분들이 오래 학교를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월급도 높지 않은데, 기숙생들의 아침, 점심, 저녁의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노동량이 만만치 않고. 여름방학, 겨울방학 기간에도 매일 같이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몇백 명이 넘는 학생 수의 급식을 항상 시간 내에 꼬박꼬박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된 일이다.


 이런 급식 상황이 큰 애 학교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2023년 11월 22일 자, SBS 뉴스 기사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서울 숭곡중에서 사람 대신 로봇 4대를 국과 탕, 볶음, 유탕 등 온도가 높고 위험한 조리 업무에 투입했다. 이른바 급식 로봇이다. 그동안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발암물질로 인해 폐 건강이 악화한다는 조리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로봇을 도입한 것이다. 중학생들의 급식 맛에 대한 평가는 알 수 없지만, 급식 종사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실질적인 조리실 근무 환경 개선되었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로 인해 조만간 급식 로봇이 전국 학교로 더 확대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2022년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 갈 미래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뜨겁다. 처음 인공지능과 관련된 화두가 던져졌을 때만 해도 로봇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압도적이었다. 인간이 로봇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 생길 위험성,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환상이 팽배했다.


 이런 분위기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상황과 무척 비슷했다. 그 당시 산업혁명으로 당연시 이루어지던 수공업이 몰락하고 기계화로 인한 대량생산이 이루어졌을 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기계를 부수며 현실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을 표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그렇게 맹렬하게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킨들, ‘기계화’와 ‘산업화’라는 시대의 거대한 물결을 거스를 수 없었다. 러다이트 운동의 원인 중 하나였던 빈부격차와 실업 문제는 현대사회에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는 공업화 역시 여전히 오늘날 경제를 이루는 하나의 축이다.


 이제는 로봇 청소기를 쓰는 집이 점점 늘어나고, 가게마다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로 주문받는 시대이다. 음식을 제공하는 서빙 로봇을 사용하는 식당들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 화두가 대두되었을 때 사람들이 처음 가졌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지 모른다는 인간의 일자리 문제, 인공지능을 통제하지 못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과 대중화 속도를 볼 때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인공지능의 발전을 외면하고 무시해도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이제는 디스토피아 미래를 상상하며 인공지능 로봇의 개발을 강제로 멈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인공지능을 잘 통제하며 함께 잘 살아갈까의 문제이다. 로봇이 일상화될 때 사람들은 어떤 삶을 꿈꾸는가?

 

 모든 발전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한다.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 능력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은 암울한 미래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해 편리한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여유 있는 미래를 꿈꾸며 행복해 할 수 있다. 솔직히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학교 급식 조리일처럼 사람들이 꺼리는 일에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된다면, 학생들도, 조리사들도, 학교 관계자도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소소한 행복이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결국 미래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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