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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Nov 26. 2023

"100일 글쓰기 여행자를 위한 보물지도"

“100일 글쓰기 여행자를 위한 보물지도”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최진우, 북바이북, 2017)


세상에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너무도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 있다. 100일 글쓰기를 준비하거나 경험할 사람들이라면 최진우의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북바이북, 2017)를 꼭 읽어야 한다. 100일 글쓰기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반 독자는 이 책을 세상에 널리고 널린 평범한 글쓰기 지침서 정도로만 취급할 수 있다. 마치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듯이 한 번 읽고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책이다. 하지만 100일 글쓰기 여행자에게 이 도서는 금과옥조처럼 세상 다시없을 소중한 조언이자 비결이다. 어쩌면 100일 글쓰기 여행하는 동안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두고두고 펼쳐봐야 할 책일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는 100일 글쓰기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저자는 100일 글쓰기의 목적을 “달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를 갖추기 위한 습관을 기르는 것”(p.25)이라고 전한다. 그는 “100일 동안 열심히 쓴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을 일필휘지 하는 문장가가 되기는 힘들”지만 도전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글쓰기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멘탈을 위로받기 위해', 그저 '책 읽고 표현하고 싶어서‘ 등등, 저마다 마음속에 다양한 꿈과 희망을 품고서 100일 글쓰기에 도전한다.


 글쓰기에 대한 굳건한 의지와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100일 글쓰기 과정은 녹록지 않다. 저자는 100일 동안 참가자들이 크게 ‘설렘-적응-소진-버팀’의 네 단계로 심리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한 달가량은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의 단계이다. 참가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고 30일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습관 형성이 시작된다.” (p.53) 그 시기부터는 글쓰기를 “하루 일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p.54) 그렇게 적응 기간이 지나고 70일이 지나면 ‘치명적인 슬럼프’가 찾아온다. “몸도 마음도 소진되어 무력감이 찾아”오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100일 글쓰기에 실패하고 만다.” 이 시기야말로 ‘100일 글쓰기 성공 여부의 큰 분수령’이 되는 소중한 기간이다. 저자는 이 시기에 “잠시 쉬겠다며 글을 놓는 사람은 결국 주저앉게 된다”(p.58)라고 경고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시기를 무사히 잘 버틴다면 “습관을 넘어 글쓰기 근육이 붙게 된다”(p.58)라고 조언한다.


 저자 최진우는 100일 글쓰기야말로 “유통기한이 상재된 습관의 통조림을 요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다양한 글쓰기 요리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도전해 보는 기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글쓰기 훈련 기간을 무사히 넘기면 “정말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준비 단계가 갖춰진다고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100일 글쓰기 기간을 어려움 없이 무탈하게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100일 글쓰기 기간을 잘 넘기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집단의 온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그랬던 것처럼,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치타렐레’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100일 글쓰기는 어쩌면 유통기한이 상재된 습관의 통조림을 요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100일은 쉬운 먹을거리부터 정말 조리해서 먹고 싶은 음식, 셰프들이 만들어 내는 고급 요리까지 나름의 시각으로 도전해 보는 기간이다. 다채로운 글쓰기 훈련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법과 자아를 찾는 방식을 배울 수도 있다. 100일 동안 깃든 습관을 발판으로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도 있다. (중략) 하지만 100일 후 피니쉬 라인을 멋지게 가슴으로 터치하는 이는 많지 않다. 성공의 100일 보내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중략)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천여 권의 책을 싸 들고 어느 성안의 작은 탑으로 스스로 ‘입소’했다고 한다. 그는 거기서 10년 동안 머물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자신을 외부와 철저히 격리시키고 사색했다. 그는 그 공간을 치타델레(Zetadelle)라 불렀다. <수상록> 또한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외로움과 고독을 대면하고 극기한 결과 그는 고전이 될 책을 써냈다.

 100일 글쓰기를 하는 이들에게도 자신만의 치타델레를 가지기를 권한다. 그런 공간은 온라인 카페가 될 수도 있는데, 치타렐레의 디지털 확장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100일 글쓰기 온라인 카페는 나만의 고유한 글쓰기 공간인 동시에 남과 공유하며 지적 성찰을 일궈낼 수 있는 곳이다. (p.134-136)


 100일 동안 꾸준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굳건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렇게 강한 열정과 설렘으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해도 점점 상황에 따라 시간 채우기용 글쓰기로 변질될 수 있다. 저자는 100일 글쓰기가 단순히 “문제의식 없이 하루 면피용 글로 그날을 채우”는 기계적인 글쓰기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목표를 이룬 뒤 더 이상 글쓰기는 보기 싫은 상황에 빠지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100일 글쓰기 하는 이유를 잊어버린 채 억지로 목표를 향해가는 것은 가학일 뿐이다.”(p.116)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100일 글쓰기는 잠자던 무기를 꺼내 녹을 닦는 훈련”(p.119)이기에 앞으로 ‘왜 나는 글을 쓰는가?’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의 두 가지 질문을 가져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매일 고심하며 글을 쓰며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성찰의 글쓰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00일 글쓰기를 3번째 도전 중이다. 앞서 작년에 시도했던 2번의 100일 글쓰기 경험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 당시 실패의 원인을 모두 글쓰기를 향한 ‘의지박약’, ‘게으름’, ‘일상의 분주함’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보니, 그때 단계별로 느꼈던 ‘괴롭고’,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모든 심리의 변화들은 100일 글쓰기를 도전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었다. 당시 매일매일 몰아치는 글쓰기의 막막함과 글쓰기 소재의 궁핍함을 견디지 못해 도망쳤다. ‘잠시 쉬면 괜찮을 거야’라고 믿었고 다시 쓸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휴식이야말로 100일 글쓰기에서는 ‘독’이라고 말한다. 그는 “잠시의 멈춤이 영원한 휴식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보통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벗어나려고 하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100일 글쓰기에는 도리어 독이 되기도 한다. 잠시의 멈춤이 영원한 휴식이 될 수 있다. 100일 글쓰기는 마라톤과도 같다. 달리기에 염증을 느껴 잠깐 쉬었다가 뛰는 러너는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억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선 왜 글을 쓰기 싫은지, 어려운지 슬럼프와 대면할 필요가 있다. (p.142)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는 177쪽 분량의 겨우 몇 시간 만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00일 글쓰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읽으면 크게 와닿지 않을 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100일 글쓰기를 실천해 봤다면, 앞으로 100일 글쓰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만큼 완벽한 지침서도 없다. 100일 글쓰기를 향한 고독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보물 지도처럼 가슴속에 꼭 품고 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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