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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Dec 02. 2023

스티브 유, 왜 우리는 그를 용서하기 어려울까?

 대한민국 사회에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몇몇 금기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병역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전 세계 음악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우리의 BTS도 결국 병역면제를 못 시키고 군대로 보낸 나라이다. 그만큼 병역 문제만큼은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쉽게 면제를 말하기도, 외면하기도 어려운 주제이다. 분단국가만이 가지고 있는 참담한 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병역 의무 회피를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의 이야기다. 그는 20년 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며 병역을 회피했고, ‘국민 괘씸죄’에 걸렸다. 그 이후 지금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영원히 대한민국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힐 줄 알았던 그가 자꾸만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법정 소송 때문이다. 스티브 유는 한국 입국을 포기하지 않고, 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입국하려고 계속 법정 소송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급기야 2020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이른바 '유승준 방지법'을 발의하자, 그는 유튜브 영상을 올려 “20년 전에 활동하던 연예인이 한국 땅 밟는다고 흔들린다면 한국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왜 우리는 유독 스티브 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대게 될까? 그 이유는 아무래도 그가 그 옛날에 보였던 찬란하고 멋있었던 기억 때문것이다. 20년 전, 그는 출중한 댄스와 라이브실력으로 아주 독보적인 가수였다. 게다가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자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릴 만큼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팬들의 사랑에 부합하듯이, 스티브 유는 1999년 한 기자와의 병역 질문에 당연히 군대에 간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국민 역시 그의 자진 병역 입대를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이후 2002년에 스티브 유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한국 국적을 상실한 사건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가 병무청과 ’ 기간 내에 돌아오기로 서면 약속을 한 후의 일이라 사람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 사건이 있은 지 20년이 흘렀다.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도 중년의 사나이가 되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그의 소식이 또다시 대한민국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20년 동안 계속 시도했던 미국인 스티브 유의 소송이 최종승소했다는 기사다. 2023년 12월 2일 자 <노컷 뉴스/임민정 기자>에 따르면,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 한국 입국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정부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다시 한번 최종 승소했다.”라고 했다. “유 씨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더라도 이를 근거로 체류 자격을 무기한 박탈할 수는 없다”라는 취지였다. 이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병역 기피 논란이 인지 20여 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유 씨의 입국을 허가해도 별수 없다는 입장”과 “국민 정서법상 입국은 안된다”라는 반대입장이었다.


 20년이면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용서해 줄만 한 기간이다.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한 ’신의 아들‘들과 비교해도 스티브 유가 유독 ’국민 괘씸죄‘에 걸린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그를 보기 싫은 것은 사실이다. 왜 우리는 이토록 그를 용서하기 어려울까?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굳게 믿었던 신뢰에 대한 차가운 배신 때문이다. 너무도 ’친근한 스타‘였기에, 정말로 ’신의가 있는 청년‘이라고 믿었기에, 여전히 그 당시 스티브 유가 국민을, 팬들을 배신했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그가 20년 전 기자와 했던 인터뷰는 진심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젊은 혈기로 멋있게 보이고 싶었던 치기 어린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그 시절의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바른 생활 사나이‘의 배신은 큰 상처가 되었다.


 어쩌면 조만간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스티브 유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장년층들에게는 ’끝까지 용서할 수 없어 애써 망각해 버린 옛날의 스타‘이고, 젊은 층에게는 ’누군지 모르지만, 자꾸만 이야기되는 미국인‘이다. 그는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한국에 오고 싶어 했을까? 20년 전 대한민국을 저버린 스타, 스티브 유, 이제 그는 그 시절 대한민국 청춘에게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국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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