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글쓰기를 이해하고 싶다면’
글에는 자신이 남겨놓고자 하는 것만 남는 법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한,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그 필요성의 극에 다다른 지금, 써놓은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중략) 그것은 출판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세인들의 ‘정상적인’ 가치 기준과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은 자서전입니까?” 하는 유의 질문에 대답해야만 하고,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다는 식으로 억지로 정당화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사소한 열정>(아니 에르노, 2024, 문학동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