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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 & 엄기호 지음

by 하늘진주

‘좋은 삶을 향하는 다리, 리터러시 교육’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김성우 & 엄기호 지음 (2020, 따비)


작년 8월, 2007년생인 구직자가 휴대폰을 묻는 이력서 양식에 전화번호가 아니라 휴대폰의 기종을 적었다는 뉴스 기사(SBS 뉴스, 2024.08.23.)로 누리꾼 사이에서 문해력에 관한 갑론을박으로 잠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디지털 문화에 심취한 세대들을 향한 독서량과 문해력 부족에 관한 지적은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이런 종류의 기사들은 젊은 세대의 심각한 문해력 부족 사례와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경각심을 일깨우거나 수박 겉핥기식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매년 사람들의 문해력 약화와 독서량 부족이 ‘한글날’을 기념하는 단골 뉴스거리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신문물과 세대 간의 갈등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와 문화연구자 엄기호가 합심하여 만든 대담집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2020, 따비)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을 이해하고 새로운 리터러시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읽고 쓰는 문화가 빠르게 바뀌는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함께 공존하기 위해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숙고하고 싶었다는 책의 편찬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응용언어학자 김성우는 오랜 기간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대변하고, 문화연구자 엄기호는 가난과 돈이 없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기성세대를 변호한다. 저자들은 문해력이 부족한 요즘 세대의 문제점과 교육의 한계를 살피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아가 소수 권력자가 독점했던 말과 글이 가진 힘의 시대를 설명하고 구텐베르크 활자 혁명 이후 ‘모국어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 정보나 이야기를 ‘보고 찍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대의 급변기를 설명하고 이 변환기에 꼭 필요한 새로운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주장한다. 저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리터러시 교육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누리는 기쁨의 활동”, “경쟁의 도구가 아닌 공공의 인프라”(p.13)로 자리매김하며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본인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활동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문해력이 부족하다’라고 평가받는 기존 세대에 대한 재평가가 필수적이다. 책은 10대 전후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현상과 60대 이상 성인들의 편협한 사고를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들은 “10대 전후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하는 것”(p.33)은 공부할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고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한다.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10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동영상을 먼저 접하고 문자는 뒤늦게 배우기에 성인들보다 소위 ‘동영상 리터러시’가 먼저 발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성세대가 현재 문해력을 정의하는 방식이 굉장히 성인 중심적”(p.33)이라는 결론이다. 저자들은 가난과 전쟁을 이유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60대 이상 역시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대중화된 제도교육의 수혜’와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40~50대와 비교하면 60대 이상은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었다고 말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기존 문해력의 기준에서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노인들을 ‘한심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오만”(p.37)하며 “권력화된 방식의 리터러시”(p.50)의 개념이라고 주장이다. 이런 편향된 리터러시 개념을 앞으로 상호적인 리터러시로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꼭 다루어야 할 숙제이다.


숱한 기성세대의 우려에도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한 저자들의 분석도 흥미롭다. 책은 학생들이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빠지는 이유를 ‘자유’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세상은 여러 다양한 매체들이 생성되고 있지만, 현재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전히 수능과 학교 시험이다. 그에 반해 학생들이 접하는 유튜브는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영상의 천국이다. 이미 자유로운 영상 보기에 익숙한 학생들을 학교에 가두고 성적순에 따라 줄을 세우면서 “이런, 글도 제대로 못 읽는 것들!”이라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태도”(p.123)는 문해력 부족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리터러시 교육은 ‘개인적인 역량’ 아니라 ‘사회적인 역량’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리터러시의 역량을 개인화”해 버린다면 “결국은 책 읽는 인간과 책 안 읽는 인간”(p.138)으로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리터러시 교육이 읽고 쓰는 ‘다리’의 행위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좋은 삶’을 위해 성찰해야 한다고 전하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라고 평가받는 기존 세대들의 상황을 대변하고 다양한 미디어 분야를 거시적으로 살펴 사회적 공동체로서의 새로운 리터러시 교육의 결론이 돋보이는 책이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인 김성우와 엄기호가 본인들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나누는 대화들은 가독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도서관’ 주도의 공공성으로의 해결 방안과 삶의 리터러시 교육으로 추상적인 철학으로 결론을 내린 점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습관 등 구체적인 방안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조금 아쉬움을 안길 수 있다. 그럼에도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읽기와 쓰기의 재평가를 원하는 사람들, 유튜브에 빠진 자녀들을 이해하고 싶은 학부모들, 새로운 리터러시 교육을 갈망하는 교육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멀티미디어의 시대, 새로운 ‘다리’가 될 수 있는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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