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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필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

by 하늘진주

이름과 실재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막연히 김춘수의 시, <꽃>처럼,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말처럼, 이름을 부르고 불리는 행위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지금까지 품고 있던 일반적인 이론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이론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세상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p97)


이 의견도 그럴듯해 보인다. 지금껏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생각하고 발견한 것에 인간의 시각을 이름 붙이기에 바빴다.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이야 말고 인간중심의 생각이 아닐까? 그저 분류하기 편해서, 구분하기 좋아서 붙여준 이름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어렴풋이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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