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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an 03. 2022

2022년 방역 패스

 “딩동”

 아이들이 QR코드 스캔을 마치자마자 고깃집의 QR코드 인식기에서 ‘딩동’이라는 난데없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식당 주인은 득달같이 달려와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다. 우리 부부는 그런 주인의 모습에 살짝 놀라며 아이들은 1차 백신 접종만 마쳤고 아직 청소년이라 백신 패스 미 적용자들이라고 변명한다. 그 말을 들은 주인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우리 가족을 멀리 떨어져 있는 한 테이블로 안내한다.


 바로 어제 고기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항상 고기를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정말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고깃집을 방문했다. QR 체크인은 항상 하던 일이라 익숙했지만 낯선 ‘딩동’ 소리와 주인의 태도는 정말 생경했다. 나중에 집에 오고서야 그 고깃집의 ‘딩동’ 소리가 코로나 백신 유효기간 만료 여부를 알려주는 알림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2022년 1월 3일부터 ‘방역 패스 정책’이 강화된다. 이 정책은 특정 장소들을 방문할 때 접종 이력을 확인했던 기존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접종 유효기간’을 더 부가한 훨씬 엄격해진 정부 방침이다. 이 패스의 적용대상으로 평소 좋아하는 카페와 책을 빌리러 종종 들르는 도서관 등 17곳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2022년 1월 10일 이후부터는 대형마트나 백화점도 포함이 된다. 사실 ‘노래방’이나 ‘공연장’ 같은 곳은 코로나 이후 잘 가지 않지만,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마트가 포함된 것은 좀 의외였다. 백신 미접종자나 백신 접종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들도 이 정책 시행 이후부터 생필품을 사는 것은 오직 온라인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 확진세가 점점 커져 어쩔 수 없다는 방침이지만, 미접종자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이 ‘인권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3월, 세계 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지 2년째이다. 그동안 정부는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백신 맞기 등 여러 가지 코로나 방역지침들을 내 세우며 나날이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 세에 대비해 왔다. 어떨 때는 엄격한 사회 거리 두기 방침으로, 또 어떨 때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모두 아울리려 노력했다. 그런 정부의 노력을 보며 국민들도 개인 정보의 노출, 일신상의 불편들, 백신의 부작용을 감수하고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랐다.


 그로부터 2년째인 2022년 1월 현재, 우리 현실은 예전보다 더 나아졌는가? 그동안 정부 지침을 잘 따른 우리는 저번보다 훨씬 코로나 위험에서 벗어났을까?

 코로나 팬데믹 초기, 다른 나라는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높은 코로나 검사율과 질서 정연한 사회 분위기로 코로나 사망자 수를 많이 줄였다. 그 덕에 정부는 다른 나라들에 ‘드라이빙 스루 코로나 검사’를 수출하며 ‘최고의 방역 국가’라 추앙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나라 국민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처럼 ‘개인정보보호’를 과감히 포기하고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따른 덕분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 후 2년째인 현재, 우리나라 사회는 코로나 초창기 ‘으샤 으샤’ 힘내자는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국민들 간의 갈등만 가득하다. 모든 계층의 국민들을 포용하고 지키려 애쓰던 정부는 전보다 더 강화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만들어지기 이전, 백신은 코로나 팬데믹 혼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백신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현재 거의 국민의 80%가 2차 접종까지 마친 지금, 우리는 안다. 백신 접종은 제한적 해결책임을 말이다. 백신 접종에는 6개월이라는 유효기간이 있고 이 기간이 지나면 모든 접종자는 다시 ‘미접종자’ 취급을 받는 현실로 바뀐다. 현재 정부는 건강상의 이유,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거부하는 듯싶다. 이유를 불문하고 ‘미접종자’를 모든 일상생활에서 퇴출해 어떻게든 백신을 접종시키려는 것 같다. 미접종자들은 혼자 마트에서 장을 볼 수도 없고 카페에 갈 수도 없다. 책을 보고 싶어도 도서관을 갈 수도 없다. 그들이 백신을 안 맞는 이유는 모르겠고 돌아다니는 ‘코로나 보균자’처럼 취급하는 듯싶다. 정부가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한층 더 간섭하고 통제한다. 그래서 사회 곳곳에서 그런 정부의 방침에 대항하여 반발의 움직임이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부는 80%의 백신 접종률을 무기로 소수의 미접종자들을 ‘사회악’처럼 취급하고 있다.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처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소수의 권리와 행복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이미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 사이에도 논란이 가득하다. 신랑은 ‘그래도 정부를 따르자’라는 입장이고 나는 ‘잘 모르겠다’라는 입장이다. 내 주변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코로나 접종을 못 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금씩 통제되고 제약되는 코로나 방역 정책이 버겁기만 하다. 나만 아니면 나만 눈 감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까?


 갑자기 독일의 독재 정권인 나치 치아에 살았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나치가 유대인을 잡아갈 때/ 나는 유대인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가톨릭을 박해할 때/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가둘 때/나는 당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노동조합원을 잡아갈 때/나는 조합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지

 그들이 막상 내 집 문 앞에 들이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모른 체하고 침묵 하면, 정부의 정책을 묵묵히 잘 따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될까? 불안한 2022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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