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진주 Dec 07. 2021

청소년 백신 패스


열두 달 중 가장 맨 끝 달인 12월이다. 안방 화장대 위에서 터줏대감처럼 꼿꼿이 자리를 지키던 탁상 달력도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12월에는 종교가 없어도 괜히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크리스마스가 있어 그 존재 의미는 남달랐다. 하지만 올해의 성탄절 역시 작년과 똑같이 마스크를 쓰는 ‘코로나 크리스마스’가 될 모양이다. 특히 2021년 12월은 갑작스러운 정부의 ‘청소년 백신 패스’ 발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자유로운 일상으로, 백신 접종을 선택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왜 이렇게 험난하기만 할까?


 며칠 전 정부는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세를 막기 위해 ‘청소년의 백신 패스’를 발표했다. 백신 미접종 청소년이 내년 2월부터 식당과 카페뿐만 아니라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을 이용하려면 코로나 접종을 완료하거나 48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살피며 아이들의 백신 접종 시기를 가늠하던 부모들에게 정부의 강압 발표는 큰 반발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면서도 사실상 '강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내보였다. 반면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는 큰 뜻을 모르고 매번 반대만 일삼는 우매한 국민들이 답답한 눈치다. 들끓는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던 것이 아니었던가?

 

 치열한 찬반 여론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아이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지 않고 ’ 청소년 백신 패스‘만 강요한 것이다. 코로나 백신으로 죽은 어린아이들의 소식이 날마다 들려온다. 한 명 두 명 늘어날 때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매번 불안감에 떨고 있다. 둘째, 아이들을 ’ 잠재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전달자‘로 취급하며 백신 선택권을 국민에게 맡기지 않은 점이다. 부모들도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백신의 필요성을 잘 알기에 너도 나도 불안하지만 자신들의 팔을 내밀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에게 단 하나의 부작용이라도 있으면 망설이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 청소년 백신 패스‘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은 2021년 12월 현재, 2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특히 “백신 패스를 결사반대합니다.”라고 글을 올린 고2 학생의 21세 기판 ’시일야방성대곡‘이 눈에 띈다. 2022년 2월부터 청소년들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가뜩이나 갈 곳이 없어 외로운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공간을, ’청소년 백신 패스‘로 막아버린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말을 잘 따르는 국민이자 소시민인 나는 아이들의 자유를 위해서, 활동을 위해서 얼마 전 아이들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예약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떨리는 손으로 아이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 일자를 잡았지만, 예약하고 나서도 계속 불안하고 불안하다. 참 부모 마음이란 것이 신기한 게 내가 코로나 백신 1,2차 접종할 때보다 더 떨리고 무섭다. 백신을 예약한 이 손이 아이들의 안전으로 이끄는 길일지 확신 안 간다. 아이들도 원하지 않고 부모도 원하지 않던 코로나 백신 접종.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