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인생 again!

by 하늘진주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싱어게인2’가 있다. 시즌 1인 ‘싱어게인’을 보다가 중간에 하차하고 두 번째 본방사수이다. 스스로 경쟁을 즐기거나 한계에 내몰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사람의 마음 끝까지 자극하는 묘미가 있다.

프로그램에는 정말 많은 가수가, 가수 지망생들이 등장한다. 험난한 세상의 부침 속에서도 오로지 ‘가수’라는 꿈 하나로 버텨온 사람들이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이 사람들을 ‘슈가맨 조’, ‘찐 무명 조’, ‘OST 조’, ‘홀로서기 조’, ‘오디션 최강자조’ 등으로 나눈다. 제작진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본인의 조를 고른다. 그러다 보니 ‘어, 이 가수는 왜 저 부류’에 속했을까?' 의아할 때도 있다. 무대가 시작되면 유희열을 비롯한 8명의 심사위원은 저마다의 경험과 경력을 토대로 눈앞의 가수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면서 점점 다음 단계로 이동시킨다.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우리네 인생을 축약시켜 보여준다. 살짝 다른 점은 고유의 정체성이 부모님, 조상님들의 선택으로 이미 정해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큰 부류에 속해진다. ‘왜 이렇게 자원도 부족하고 강대국 틈에 끼여 고생하는 반도국에 태어났냐’고 아무리 투덜거려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기 위해 곧바로 ‘걸음마’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첫 돌 전에, 혹은 첫 돌 후에 걷는 여부에 따라 엄마들의 평가와 으쓱거림이 달라진다. 나도 한 때 열심히 잘 크고 있는 첫 애의 걸음마가 너무 늦어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무지 걱정했던 적이 있다. 그다음에 시작되는 것이 바로 ‘한글 떼기’ 경쟁이다. 이렇게 우리 앞에 놓인 Lv 1, Lv 2 등등 경쟁을 하나하나 밟아 오다 보면 어느새 어른이다.


어른이 되고 나면 자연스레 우리의 카테고리는 정해진다. 직업에 따라, 교육 배경에 따라 혹은 사는 지역이나 여건에 따라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 만일 ‘싱어게인2’에 나오는 가수들처럼 다시 우리 인생을 시작할 기회가 있으면 어떤 일 벌어질까?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을 ‘슈가맨 조’, ‘찐 무명 조’, ‘OST 조’, ‘홀로서기 조’, ‘오디션 최강자 조’ 중의 선택지에서 어떤 것을 고를까? ‘슈가맨 조’, ‘OST 조’ 그리고 ‘오디션 최강자 조’에 속한다면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찐 무명 조’에 속한다면 내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홀로서기 조’에 속한다면 다른 이의 도움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이다. 안타깝게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속할 수 있는 조는 ‘찐 무명 조’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니 ‘옛날의 영광’이라고 해 봤자 초등학교 때 백 점을 몇 번, 상 몇 번 받고서 신났던 기억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더 깊이 마음속에 박힌다. 결과를 보고 너무 기뻐할 필요도,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하루가 어렵더라도 미래의 하루는 즐거울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난, 지독한 사춘기 열병으로 ‘실크로드 사막이 넓게 펼쳐지는 듯한’ 노래 연주만 연신 들으며 혼자만의 고독을 씹었다면, 지금의 난 ‘BTS’의 ‘Permission to dance’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평화를 꿈꾸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어느 것 하나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마음먹기에 따라 바뀔 수 있기에 더 의미가 있다. 지금 슬프더라도 내일은 좀 더 기쁠 수 있다. 세상의 평가와 비판에 너무 기죽지 말고, 세상의 환호에, 주변의 치켜세움에 너무 우쭐하지도 말자. 어차피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이니까. ‘싱어게인2’로 제2의 영광을 꿈꾸든, ‘인생 again’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든, 그건 바로 지금 내가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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