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1984>와 나의 '2022'

by 하늘진주


조지 오웰의 <1984>는 '빅브라더'라는 감시시스템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곳곳에 설치된 텔레스크린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며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포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점은 주인공 윈스턴이 감시 기기 텔레스크린 몰래 했던 행동들이 밝혀진 이후의 사회 분위기였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기 전 이 사회는 소설의 윈스턴이 남몰래 일기를 쓰고 여자 친구인 줄리아와 연애 나누는 등 나름대로 긴장은 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밝혀지고 윈스턴이 감옥으로 끌려간 뒤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고통을 맛보는 그를 보며 모든 것이 간섭하고 감시하는 통제사회가 새삼 무서웠다.


그가 사는 통제사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아무리 숨기려 애써도 사람들의 모든 행동, 일, 심지어 심리상태까지도 낱낱이 다 까발려진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내 생각은 모르겠지, 내 행동은 모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는 달리 아무리 숨기려 애써도 모든 사소한 행적들이 숨겨지지 않는다. 요즘 현대사회가 바로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다. 작가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지만, 자주 사용하는 SNS, CCTV, 스마트폰 등을 떠올리며 이 소설을 더 떠올리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텔레스크린만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였고 주인공은 그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난 내가 가진 기기들에 대한 경계심이 거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도 자연스레 컴퓨터를 켜고 밤새 일어난 일들, 뉴스들을 확인한다. 어떤 기사에는 공감을, 또 어떤 기사에는 비판적인 마음을 가지며 기사를 클릭한다. 시간이 나면 k 웹을 켜고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고 또 다른 앱을 켜서 날씨를 확인한다. 가끔 유튜브 앱을 켜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고, 혹 낯선 곳을 찾아가야 할 때면 길 찾기 앱을 켜서 위치를 확인한다. 내 위치, 장소의 GPS를 제공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이 모든 것이 거의 내 손을 떠나지 않는 핸드폰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소설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같은 컴퓨터나 노트북에서 작업된다.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서 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너무 당연시되는 내 자신이다.


특히 코로나 시국 이후, 더 적극적으로 내 정보를 제공한다. 어떤 사람들은 QR코드로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질색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낯선 장소를 들어갈 때마다 QR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매번 QR 본인 인증하는 절차가 귀찮아 어떻게 하면 QR코드를 잘 사용하고 전달할지 연구까지 하면서 말이다. 정부는 근래 오미크론 확진세가 심각해 조만간 QR코드 정보관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의 정보들이 너무 물밀듯이 들어와 더 이상 관리가 어려워진 것이다. 사실 이 발표 이전까지 기계적으로 찍는 내 QR코드 정보가 최종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정부가 무조건 해야 한다니 아무 비판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했다. 너무 착한 국민인지, 우매한 국민인지 혼란스럽다.


<1984>의 윈스턴이 통제된 사회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발버둥 쳤다면 '2022년'에 사는 나는 개인정보 불감증에 걸려 너무도 쉽게 내 정보를 제공한다. 오지 않을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더 큰 세계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너무도 당연시되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 데도 아마 오늘도, 내일도 내 흔적들을 인터넷에 남기며 최신 기기에 접속할 것이다. 내 모든 것들은 '스마트폰'을 매개로 전 세계로 연결되었고, 이미 그 기기의 달콤함을 맛본 나는 더는 끊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리오가 붉은 약과 푸른 약 사이에서 고민한 것처럼, 나 역시도 최신 기기를 앞두고 그 기계 속에 숨겨진 붉은 진실과 푸른 진실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올까? 그런 성찰 전까지 난 너무도 자연스럽게 최신 기기가 제공하는 달콤한 정보들을 맛보며 망각의 바다에 계속 빠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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