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튬 드라마 속 풀꽃들

by 하늘진주

시대극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연극이나 영화이다. 대부분의 시대극은 유명한 사건이나 널리 알려진 사람들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그런 시대극을 볼 때마다 웅장하고 교훈적이고 때론 가슴 떨리는 감동에 젖어든다. 하지만 함께 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시간의 동반자로서 때론 시대극보다는 코스튬 드라마가 더 끌린다. 코스튬 드라마는 실재했던 사건 위주의 서사보다는 당시 상황의 문화, 의상, 상황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기리에 방영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최근 방영하고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대표적인 예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7', '1994', '1988'와 같이 이 시대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가 시대적 문화 속에 여주인공의 숨겨진 남편 찾기라는 로맨스에 치중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그시대 청춘들의 로맨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표현하여 좀 더 흡인력이 있다. 역사책에 기록될 만큼 유명하지 않아도 각 시대마다 풀꽃들의 삶은 빛나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주인공 김태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청춘 드라마이다. IMF시대의 암울한 사회상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도 '펜싱'이라는 꿈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눈부시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시대는 충분히 네 꿈을 뺏을 수 있어.
꿈뿐만 아니라 돈도 뺏을 수 있고,
가족도 빼앗아 갈 수도 있어.
그 세 개를 한꺼번에 다 빼앗기도 하고."


IMF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시대는 한 개인의 꿈도, 돈도, 가족도 너무나 쉽게 빼앗아 갔다. 그 시절에 개인의 꿈을 계속 꾸고 간직한다는 것은 최고의 사치였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에 대한 질문이 난감하고 듣기 싫은 질문이라면, 그 시절의 청춘에게 '꿈'은 끝까지 붙들고 싶은 희망이었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어떤 역사적 사실, 어떤 유명한 인물을 소재로 시대극을 쓰고 만들게 될까?

그 시대극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들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소망한다. 미래 후손들이 코로나 상황 속 힘겹게 견디고 있는 우리의 모습들을 코스튬 드라마로 아름답게 그려내기를. 그 드라마 속에서 비치는 지금의 우리의 인내와 고뇌에 찬 발버둥들이 헛되지 않기를. 2022년, 우리 평범한 풀꽃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지금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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