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7살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은 모험담이다. 앨리스는 우연히 토끼굴과 연결된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다. 소녀는 그 나라에서 갑자기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등 기이하고 신기한 일들을 겪는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참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동화 속 일들이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매번 시계를 살피며 “바쁘다”라고 외치는 토끼의 모습도, 모자 장수의 모습도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새로운 것들이 즐겁고, 몰라도 우선 도전할 수 있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동심의 시기이다. 사람의 기질에 따라 용기가 드러나는 시기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젊으면 젊을수록, 어리면 어릴수록 사람들이 추는 용기의 춤은 가장 아름답고 왕성하다.
요즘, 또 다른 이상한 나라인 가상의 세계가 인터넷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다. 7살 앨리스가 뛰어든 토끼굴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터넷 서버로 만들어진 가상공간,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의 의미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사람들은 이 3차원의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부캐인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의 전용 놀이 공간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새롭게 온라인 미래 교육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몸담은 교육 단톡방에서 ‘게더 타운을 활용한 온라인 연수’ 공지가 떴다. 이미 발 빠른 선생님들이 ‘제페토’, ‘게더 타운’과 같은 온라인 툴을 이용하여 실제 교육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연수를 받고 있다. 시대가 발전하고 혼란스러울수록 새로운 기술들을 계속 배우고 익혀 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런 최신 문물을 접할 때마다 선뜻 도전하기보다는 자꾸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일찍 도전하는 사람이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라는 것이 혼란한 현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법임을 너무도 잘 알지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기는 내 안의 두려움과 의심은 여전히 크기만 하다.
사실, 메타버스, 3차원의 가상공간이 앞으로의 우리 미래 교육, 문화를 대체할 콘텐츠가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게더 타운’과 ‘제페토’를 이용해서 메타버스의 세계를 한두 번 접해 보긴 했다. 이 세계를 경험하면서 예전에 즐겼던 ‘싸이월드’와 ‘롤플레잉 게임’과 비슷해 향수에 젖기도 했고 분명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모르겠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 이 메타버스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잘 감이 안 왔다. 이 메타버스가 더 발전하면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처럼, 미래에는 분명히 실생활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손자들 역시 이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메타버스 교육이 지금의 교육에서도 잘 적용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심은 그동안 학교 수업을 하며 느꼈던 아이들의 열악한 온라인 환경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며 많은 온라인 도구들을 배웠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는 1~2가지 정도였다. 우선 실제로 접했던 초중고 학생들의 컴퓨터 사양은 생각보다 낮았고, 내가 배웠던 온라인 도구들은 모두 최신 수준의 컴퓨터 사양을 요구했다. 여러 가지 온라인 도구로 다양한 수업을 준비해 갔지만,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정말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메타버스는 어떻게 적용이 될까?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때 첫 일 년이 생각난다. 2020년 몇 개월 동안 학교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기간 동안 난 계속 반백수로 있었다.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소규모 수업이 없었다면 그 기간의 내 수입은 ‘0’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온라인 수업의 필요성을 깨달아 쉬는 기간에 열심히 온라인 도구들과 구글 툴을 배우며 배우고 공부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최신 기기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내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내 두뇌와 손들을 열심히 혹사했다. 아마도 그 기간이 없었다면 코로나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의 시도와 도전은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많은 격차를 벌렸다. 열심히 도전하고 시도했던 선생님들은 여전히 일거리를 잡을 수 있었고, 그때 도전을 하지 못했던 선생님들은 점점 도태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다시 시작된 선택의 순간이다.
너무도 빨리 진행되는 기술 발전 앞에서 항상 고민이 많다. 따라가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멈춰야 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금 이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어린 소녀였던 앨리스는 주저 없이 토끼굴에 뛰어들었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앨리스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늘어가는 나이와 함께 걱정이 많아진 나는 몰아치는 최신 기술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또다시 망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