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질 때.

by 박태철


아무 일도 없는데,

문득 늪에 빠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오히려 긴장하게 되고, 조심하려 애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고

크게 성취한 것도 없는 일상이 계속되다 보면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이 나고 괜히 늪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또한 인생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구간처럼 보인다.


막연한 미래와 실패의 경험이

오늘이라는 경계선에서

나를 다시 늪으로 끌어당기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늪에 빠진 하루인 것 같다.


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상인가.


쓸데없는 생각들,

쓸데없는 두려움들로

나는 또 ‘늪’이라는 생각 속에 빠진다.


늪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의 밧줄이다.


허우적거리면

오히려 더 깊이 빠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디저트는

어쩌면 누군가가 던져준 밧줄처럼,

나를 늪에서 끌어올려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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