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오픈AI를 버리고 구글 손을 잡은 이유

시리의 '두뇌 업그레이드'가 마케터에게 던지는 신호


어제(1월 12일) 아침, IT 업계를 넘어 마케팅 판 전체를 술렁이게 한 뉴스가 터졌어요. 애플이 차세대 시리의 핵심 AI 모델로 오픈AI가 아닌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주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소식이었죠.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제치고 왜 구글이었을까요? 그리고 이 선택이 우리 마케터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1. '혁신'보다 '안정'을 택한 애플의 선택

애플은 성명에서 "구글의 기술이 가장 유능한 기반(Most Capable Foundation)을 제공한다"고 밝혔어요. 기존의 챗GPT 통합은 유지되지만, 역할이 명확히 바뀌었어요. 제미나이가 시리의 '주력 엔진'이 되고, 챗GPT는 '복잡한 질의를 위한 보조 옵션'으로 물러난 거죠.


왜 그랬을까요? 애플에게 중요한 건 '가장 똑똑한 AI'가 아니라 '가장 사고를 치지 않는 AI', 그리고 '내 생태계와 가장 잘 맞는 AI'였기 때문이에요. 구글은 이미 수년간 검색 기본 엔진으로 협력해왔어요. 연간 380억 달러 규모의 이 파트너십은 애플에게 구글이 '검증된 파트너'라는 신뢰를 줬죠. 게다가 구글은 30억 개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운영하면서 대규모 모바일 생태계를 관리한 노하우가 있었고요.


기술적으로도 구글이 우위에 있었어요. 오픈AI가 최신 모델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멀티모달 처리 능력(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를 한 번에 다루는 능력)과 생태계 호환성 면에서는 여전히 구글이 앞서 있거든요. 제미나이는 200만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우를 지원하는데, GPT-4는 12.8만 토큰에 불과해요. 게다가 제미나이는 처음부터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도록 설계됐고, 구글 검색 인덱스와 직접 연결돼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요.


반면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막대한 투자를 받았음에도 2029년까지 1,150억 달러 손실이 예상되는 등 재정적 불안정성이 있었어요. 애플 입장에선 '검증된 안정 파트너'와 '혁신적이지만 불확실한 파트너' 중 전자를 택한 거죠.


2. 단 1년 만에 뒤집힌 AI 시장 판도

이 사건의 행간을 읽어야 해요.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Similarweb이 발표한 글로벌 AI 트래커 데이터를 보면, 2025년 1월 ChatGPT는 86.7%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어요. 그런데 2026년 1월 현재 64.5%로 무려 22.2%포인트나 하락했어요. 같은 기간 구글 제미나이는 5.7%에서 21.5%로 급등했죠. 15.8%포인트 상승이에요. 이제 DeepSeek(3.7%), Grok(3.4%), Perplexity(2.0%), Claude(2.0%) 같은 전문 AI들도 각자의 영역을 확보했고요.


더 놀라운 건 성장 속도예요. ChatGPT 트래픽이 전년 대비 49.5% 증가하는 동안, 제미나이 트래픽은 무려 563.6%나 폭증했어요. 2025년 11월 구글이 제미나이 3를 출시한 이후 월간 추이도 역전됐어요. 2025년 12월 제미나이는 전월 대비 28.4% 증가한 반면, ChatGPT는 5.6% 감소했거든요. 심지어 오픈AI 내부에서는 제미나이 3 출시 직후 샘 알트만 CEO가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했다는 보도도 나왔어요.


3. 우리가 놓치면 안 될 신호: 멀티 LLM 시대의 도래

1년 전만 해도 "AI = ChatGPT"였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시장은 하나의 거대 AI가 지배하는 게 아니라, 용도와 목적에 따라 최적의 AI 모델을 선택하는 시대로 들어섰어요. 전문화된 플랫폼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잖아요.


Perplexity는 연구자와 학술 사용자를 위해 출처 인용에 특화됐고, Claude는 전문 작가와 개발자를 위한 장문 작성과 코딩에 강해요. Grok은 X 사용자들을 위해 실시간 소셜 데이터를 통합했고, DeepSeek는 신흥 시장, 특히 중국에서 8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애플의 선택은 단순히 파트너 교체가 아니에요. '최고의 하나'를 선택하는 시대가 끝나고, '목적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만드는 시대로 전환된 신호예요. 결국 온디바이스(On-Device) AI의 승리이기도 해요. 클라우드와 기기 내부를 오가며 끊김 없이 작동해야 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구글의 '제미나이 나노'부터 '프로'까지 이어지는 라인업이 애플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켰어요. 우리가 '멀티 LLM 시대'라고 불러야 할 전환점이 온 거라구요.


4. 마케터가 당장 해야 할 3가지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애플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전략 수정을 요구하고 있어요.


SEO를 넘어 'GEO(Gemini Engine Optimization)'를 준비해야해요.

지금까지 우리는 "챗GPT한테 물어봐"에 익숙했어요. 하지만 이제 전 세계 12억 명 이상의 아이폰 유저가 시리에게 묻는 질문은 구글의 로직으로 처리돼요. 구글 검색과 제미나이는 이제 하나의 시스템이에요.*

*GEO는 일반적으로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을 뜻하지만, 저는 이제 'Gemini' Engine Optimization이라 부르고 싶어요.


실제 시나리오를 한번 볼까요? 사용자가 시리에게 "강남에서 데이트하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찾아줘. 분위기 좋고 예산은 1인당 5만원 정도야"라고 물어봤다고 가정해볼게요. 제미나이 기반 시리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먼저 구글 맵에서 강남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검색해요. 그다음 리뷰 데이터에서 "분위기", "데이트" 같은 키워드를 필터링하죠. 메뉴 가격 정보로 예산을 매칭하고, 예약 가능 여부와 현재 혼잡도까지 확인해요. 이 모든 정보가 구글의 '지식 그래프'에 구조화되어 있어야 우리 레스토랑이 추천 리스트에 오를 수 있어요.

SEO와 GEO는 달라요. SEO는 "키워드"에 최적화하는 거예요. "강남 이탈리안" 같은 검색어 말이죠. 하지만 GEO는 "질문 의도와 맥락"에 최적화해야 해요. "데이트 + 분위기 + 5만원 예산"이라는 복합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거죠.


지금 당장 구글 비즈니스 프로필 정보가 완성돼 있는지 확인하세요. 운영시간, 메뉴, 가격대, 사진이 다 업데이트돼 있나요? 구조화된 데이터(Schema Markup)는 적용했나요? FAQ 페이지를 자연어 질문 형식으로 작성했나요? "~할 때 좋은", "~에 적합한" 같은 표현으로요. 고객 리뷰 평점과 리뷰 속 키워드도 관리하고 있나요? 예약 시스템은 제대로 연동돼 있나요?

우리 브랜드의 상세 페이지, 블로그, 리뷰 데이터가 구글의 '지식 그래프'에 얼마나 정확하게 구조화되어 있는지가 생존을 결정해요.


'상품'이 아닌 '맥락(Context)'을 팔아야해요.

제미나이가 탑재된 시리는 단순 검색창이 아니에요. 내 캘린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위치, 사용 패턴을 다 보고 있는 '개인 비서'예요. 그래서 마케팅 메시지도 바뀌어야 해요.


기존에는 "우리 제품이 최고예요!"라고 말했다면, 이제는 "당신의 바쁜 화요일 오후 3시, 회의 직전 15분을 활용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요"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해야 해요.

AI가 사용자의 생활 맥락(Life Context)을 인지했을 때, 가장 적절한 '해결책'으로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볼게요.

"월요일 아침 출근 전"이라는 맥락에서는 간편 아침 식사 제품을 추천할 수 있어요. "주말 가족과 함께"라는 맥락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적절하죠. "야근 후 퇴근길"이라는 맥락에서는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간편식이 해답이 될 수 있고요. 콘텐츠를 만들 때도 "시간대별", "상황별", "감정별"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플랫폼에 휘둘리지 않는 '데이터 자산'을 만들어야해요.

애플조차 주 파트너를 바꿔요. 오늘 제미나이가 1위여도 내일은 다른 AI가 올라올 수 있어요. 우리가 특정 AI 플랫폼(챗GPT, 제미나이 등)에만 의존한 마케팅 툴을 쓰고 있다면 위험해요. 핵심은 '플랫폼 독립적 데이터 자산'을 구축하는 거예요. 어떤 AI 모델이 오더라도 우리 브랜드를 정확하게 학습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고유한 데이터 인프라를 단단히 구축해야 해요.


퍼스트파티 데이터, 그러니까 우리가 직접 수집한 고객 데이터(이메일, 구매이력, 선호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세요.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브랜드 고유 콘텐츠를 만들고요. 제품 정보, FAQ, 사용 가이드를 체계적으로 문서화한 구조화된 지식베이스가 필요해요. 그리고 어떤 AI든 쉽게 연결할 수 있는 API 우선 아키텍처를 갖추는 게 중요해요.

결국 AI는 도구일 뿐이고, 물건을 파는 주체는 우리의 '콘텐츠'와 '데이터'니까요.


5. 변화 속 변하지 않는 본질

구글의 시가총액은 이 소식 발표 직후 4조 달러를 돌파했어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죠. 구글 주식은 지난 1년간 65% 상승했고, 제미나이의 영향력은 이제 급속도로 커질 거예요.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예요.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고, AI라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그걸 제안하는 것."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AI 시대에도, 마케팅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에요. 다만 이제 그 사람과 우리 브랜드 사이에 AI라는 새로운 중개자가 들어섰을 뿐이죠. 그 중개자가 우리 브랜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순간에 추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그게 2026년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에요.


[참고 자료]

Google Gemini Partnership With Apple Will Go Beyond Siri Revamp - MacRumors

Apple picks Google's Gemini to run AI-powered Siri coming this year

Apple, Google strike Gemini deal for revamped Siri in major win for Alphabet | Reuters

The ChatGPT Vs. Gemini Chart That Should Worry OpenAI - Business Ins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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