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다정한 질문

by 아네스장

혈당 관리 식단을 시작하며, 한동안 밀가루 음식과 양념이 진한 메뉴 등을 제한하고 있었다. 허용가능한 범위에서 먹고 싶은 점심 메뉴가 떠오르지 않았던 날, 의외로 샌드위치 메뉴를 제안받았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그동안 먹고 싶었던 잠봉뵈르를 사러 달리듯 갔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며 서있었다. 잠봉 프로마쥬와 폴드포크 중 뭐가 더 맛있을까? 와 뭐가 혈당에 덜 해로울까?를 계산했달까. 결국 소스가 좀 더 진해서 맛있을 것 같은 폴드포크를 주문했다.


그렇게 먹게 된 폴드포크를 한입 베어 무는데,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잠봉 프로마쥬를 먹으면 어땠을까? 행복한 순간에도 두 개 다 맛보고 싶은 욕심쟁이 내가 튀어나온 것이 우스웠다.


“맛있었나요?”

혈당코치는 여느 때와 같이 식사 후에 내게 물었다.


"첫 입은 정말 맛있었는데, 먹을수록 그냥 그랬어요."

한동안 담백하고 심플한 음식들만 먹어서였는지, 폴드포크는 먹을수록 느끼했다. 반틈을 먹고, 아쉬울까 봐 두 입정도 더 먹은 후에는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졌다.


"식욕은 환상이라, 환상은 충족됐을 것 같네요. 아마 내일 다시 국밥이 당길 거예요~"


식욕은 환상이다.


식욕은 환상이라고?

이 새로운 관점이 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뚜렷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던 상황 또는 특히 무언가 먹고 싶어 졌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날의 감정 상태나 상황이 식욕에 반영된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매운맛으로, 또는 달달한 후식으로 보상하겠다는 발상은 감정이 반영된 식욕이다.

먹방에서 맛있어 보였거나 맛있었다는 누군가의 경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따라먹고 싶어지는 모방에 의한 식욕도 있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한입 먹어보세요~”

식단관리 중이더라도 먹고 싶은 메뉴가 허용되는 이유는 식욕에 대한 환상을 우선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후에 내 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다.

잘 먹었다는 충만한 느낌이 들 수도, 생각보다 맛이 없을 수도 있다. 속이 편하면서도 든든할 수도 있고, 먹고 난 후에 속이 부글거리는 등 불편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조미가 강하지 않은 음식에 익숙해져서 너무 달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한 입만 먹어도 혀에서부터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온다.


혈당 관리 코치는 매 끼니마다 식전에는 무엇을 먹고 싶은지, 식후에는 어땠는지 내게 질문했다. 그리고 먹은 것을 모두 기록하고 포만감과 만족도도 스스로 평가해 보도록 했다. 하루 동안 내가 먹은 것은 다음날 아침 숫자로 몸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었다. 몸무게와 혈당의 숫자는 너무나 정직하고 솔직했다. 그렇게 매 끼니 나의 욕망과 반응을 들여다보는 시간과 기록이 쌓이다 보니 숫자들은 선으로 연결되고, 이는 나를 알아가는 지표가 되어주었다.




어느 날 코치는 내게 ‘직식금지령’을 내렸다. 그동안의 데이터를 봤을 때, 배는 부른데 먹고 나서도 허한 느낌을 받는 직원식당에서의 식사가 오후에 불필요한 간식에 대한 욕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여 대수롭게 넘겼었는데, 누구나 다 그렇게 느끼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직식을 피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찾아서 먹으러 다녀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https://www.instagram.com/p/DF4PSvDycEl/?igsh=eXUwd2Vrb243d3Rs​​​


이 피드 글에서 평범한 직장인은 나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맛 감수성이 민감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맛 감수성을 채워주지 못하는 직원식당 식사이지만, 밥값 걱정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현실우선적인 내가 있다는 것도 보였다.


맛있었나요?


참 다정하고 고마운 이 질문 덕분에 나조차 잘 몰랐던 내 몸과 마음을 알아가게 된다.

일상에서 하루 세 번, 적어도 한두 번은 스스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요즘은 식사 전 후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맛있었는지 그렇게 나에게 먼저 다정하기로 했다.


직원식당 식사로 충족되지 않은 맛감수성은 플랫화이트 한잔으로 보충된다. 라테보다 우유양이 적고 커피맛이 강한 카푸치노보다는 밀도가 높은 밀크폼이 딱 좋은 그런 씁쓸하지만 고소한 플랫화이트가 좋다.

거기에 라테아트까지 더해진다면 시각적인 감수성도 채워진다.


그렇게 나에게 맞는 식사를 하며 일상에 다정함을 챙긴다. 그 기분와 기운이 모여 하루가 되고 또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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