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지막일지 모를 부부 라이딩

부부 자전거 기행의 시작

by 아네스장

남편과 같이 쉬는 날을 맞춰둔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날씨도 포근하고 더 추워지면 자전거를 타기 힘들 것 같아서 꼭 타야겠다는 의지가 컸었다. 같이 휴가를 쓰자고 타러 갈 것처럼 해놓고서 남편은 오전 내내 늘어져 있고, 타러 가자는 제안에 답을 빨리 안 하고 뭉그적 데고 있었다. 그러다 언제 동영상을 찾아보고 배웠는지… 우선 정비부터 하자며 남편의 동작이 빨라졌다.

체인에 낀 찌꺼기들을 제거하고 다시 오일을 발라주는 작업이었는데, 클리너와 버려도 될 수건과 체인 오일을 챙겨 복도로 나갔다. 집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복도에 나가니 선뜩하여 오늘 날씨가 추운가? 탈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지만 우선 정비를 시작했다.

남편은 수건에 클리너를 묻혀 닦고, 나는 페달을 돌렸다. 수건에 시커먼 기름 먼지 때가 꽤 묻어 나왔다. 정비를 하고 나니 페달이 확실히 더 부드럽게 잘 돌아다.

오전에 정비한다고 진을 뺐는지, 점심을 먹고 나니 둘 다 졸음이 쏟아져서 낮잠을 자버렸다. 1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나니 으스스함이 온몸으로 느껴서 정말 이거 타겠나? 싶어 지는 것이다. 나는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갑자기 “정비도 했는데 갔다 오자!”하며 남편의 행동이 빨라진다. 아! 진짜 이 사람은 행동의 주기 기복이 너무 커서 갈피를 못 잡겠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2020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라이딩을 하러 나갔다.


그날은 집에서 바로 팔당까지 가보기로 했다. 내게는 처음 가는 코스지만 남편은 혼자 다녀온 적이 있는 길이었다. 왕복 45km 코스로, 가는 길엔 3단 업힐 일명 아이유 고개도 있고, 그 후엔 같은 길이 계속 반복되는 듯한 ‘시간과 정신의 길’이 있다. 남편이 지난번 라이딩 때 처음부터 너무 힘을 쓰는 바람에 아이유 고개 중반부터 끌바(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것)를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주었었다. 그 말에 겁을 잔뜩 먹었지만, 힘을 최대한 안 쓸 수 있게 미리 기어 조절을 하는 덕에 그 어렵다는 아이유 고개를 끌바 없이 올라가는 데 성공하였다.

아이유 고개는 코스의 거의 초반에 있었는데, 고개를 넘고 난 후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평지인데도 힘이 들었다. 일명 시간과 정신의 길을 달릴 때였다. 힘이 빠져서 그런지, 온갖 잡생각이 다 나는데... 그다음 주에 있을 회사일까지도 떠오르며 정신이 피폐해졌다. 시간과 정신의 길이라더니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았다.


힘들었지만, 하남을 지나는 한강변은 너무 아름다웠다. 길 옆에는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의 걸음도 평온해 보이는 그런 풍경이었다.

달리고 달려 드디어 팔당대교를 넘었다. 우리의 애정 카페 봉주르까지 가려고 했었지만, 길이 어둑해지자 돌아갈 길이 아득해짐을 남편도 느꼈는지 “돌아갈까?” 하는 것이다. 오던 길목에 허름한 가게에서 라면을 팔더라며, 거기서 라면을 먹고 돌아가기로 합의하고, 우리는 자전거를 돌렸다. 허름한 가게에는 트로트 음악이 크게 틀어져 있었고,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분들이 몇몇 그룹으로 앉아 막걸리를 즐기고 계셨다. 분위기 좋은 카페 대신 라면에 시끌벅적 분위기도 나쁘진 않았다. 라면을 거의 흡입하다시피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오던 길의 강 건너편 길로 한강변의 경치가 정말 너무너무 예뻤다. 떨어지고 있는 해가 한강물에 비치며 반짝이고 잔잔히 흐르는 물은 호숫가 같기도 하는 풍경이 있는 곳을 지났다. 강변 옆에는 이미 예쁜 카페며 식당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음에는 저 카페에도 들러보리라 생각하며 너무 어둡기 전에 집에 도착하기 위해 페달을 밟았다.


돌아오는 길목 덕소역 근처 아파트 단지들도 보이고, 구리 근처에 카페도 보이고, 시간과 정신의 길보다는 볼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아이유 고개보다 더 한 업힐이 나왔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초반부터 그냥 끌바로 올라갔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정도 되는 남자아이들이 내 옆을 자전거를 타고 떠들면서 오르는 것을 보며, 역시 젊음이 좋구나 하는 부러움을 뒤로하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 간신히 끌고 올라갔다.

남편은 내가 못 올 것 같아서 본인도 끌고 올라갔다지만 내생각엔 남편도 타고 올라가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니 그 이후 길은 계속 평탄하였다. 그런데 끌고 올라가는 동안 라면 먹은 에너지도 다 썼는지, 그 이후부터는 즐긴다기보다는 “내가 집에까지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남은 거지?” 하는 생각만 났다. 해도 져서 깜깜해지고, 거기다 선글라스까지 껴서 더 어두웠는데, 벌레가 많아서 벗을 수도 없으니 그 또한 답답했다.

빛이 없어져 쌀쌀해진 탓에 어깨는 경직되고 엉덩이는 한참 전부터 아프고… 너무 힘들었지만 계속 달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집에 가까워짐을 상징하는 월드타워는 왜 저리 높아서 벌써부터 보이는지, 그 또한 희망고문 같았다. 달리고 달려 마지막 잠실 철교를 넘을 때는, 한강 폭이 그리 넓었나? 싶으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났다. 그래도 20년 마지막일지 모르는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고,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날의 라이딩 추억을 얘기할 수 있었다. 경치가 너무 좋았는데 달리면서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웠다고 하는 내게, “내년엔 고프로를 하나 살까?”하며 말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인스타에 피드를 올리고 문득 자전거 기행에 대한 글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부부 자전거 기행’ 기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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