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이 코로나로 불황이 되면서 호텔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이는 바로 직원들에게 전가되었다. 주 4일 근무로 인건비를 삭감하는 방법을 도용한 것이다. 나는 매주 금요일에 쉬기로 했고, 금요일 하루를 온전히 내 시간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내 삶에 큰 변화가 있었다.독박 육아로 힘들어졌을 엄마들도 많은데, 감사하게도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크게 손가는 일이 줄었고, 또 시어머님도 함께 살고 있어서, 내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일에 온통 집중되어 있었던 에너지를 나에게로 돌릴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상으로 소통하는 세상에 눈을 뜨고,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다가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함께 쓰는 책도 좋지만 혼자서도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글쓰기 모임 특강을 들었는데, 평생 쓰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딸이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직은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기에는 떳떳하지 못하다.
나도 책 한 권 내볼까? 하고 시작했지만, 그냥 글쓰기가 좋아서 평생 쓰는 삶, 이 또한 너무 즐거울 것 같았다.
그러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아직도 주 4일 근무는 계속되고 있어서, 금요일마다 글을 발행해왔다.
더 많은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우려가 있고, 그래도 책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도 있다. 또 글쓰기가 의무가 되어 나를 억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저 글쓰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환상도 있다. 내가 환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오늘은 그냥 쓰지 말까 하는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싫어서, 지겨워서라기 보다, 그저 내 안의 게으름과 싸우고 있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엉덩이 힘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쓸 때가 많다. 독자에 대한 고려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이 글쓰기에 바쁘다.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정리가 되고,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된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을 하는 과정과 참 닿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설계를 하는 것은 초고와도 닮아 있다. 설계된 디자인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실체로 세상에 나왔을 때,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고, 조금의 변화로도 더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는 등은 글쓰기에 있어서 퇴고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하여 시간을 선물 받은 디자이너는, 이제 글 쓰는 사람이라고도 소개하려 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또 독자와 더 잘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지만), 글쓰기에 진심이니까 그렇게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오늘도 자리가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디자이너는 변화를 마주했는데, 그래서 뭐? 글 쓰는 게 디자인하고 무슨 상관인데?? 에 대한..., 책에 어떤 글을 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다음 글에서는 찾을 수 있을까? 언젠가 스스로를 떳떳하게 작가라고 소개하는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