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려니 이런저런 핑계를 찾고 계속 미루게 되어서 좋은 방법이 없을지 궁리를 하다가, 옆에 있던 아이에게 슬쩍 물었다.
"너 요즘 하루 종일 집에 있고 운동도 못하는데, 엄마랑 같이 계단 오르기 어때?"하는 물음에, 의외로 "그래요!" 하며 쉽게 대답을얻어 냈다. 그렇게 중학생 아들과 함께하는 계단 오르기는 첫발을 내디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서,
"저번에 엄마는 24층까지 시도해봤는데, 오늘 몇 층까지 갈까?" 하니,
"뭐, 그냥 집까지 올라오죠!" 하는 것이다.
속으로 '요놈 봐라~'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되었다. 우리 집은 31층이다.
시작부터 아이는 두 칸씩 거의 뛰어 올라가다시피 올라갔다. 나는 사라지는 아이의 뒤에다 데고, "엄마는 그냥 엄마 속도로 올라갈게~" 하고 얘기하고, 천천히 소심하게 한 칸씩 발을 디뎠다. 무릎이 상하지 않게 오르려면 발바닥의 중심을 계단 모서리에 오게 하고 뒤꿈치를 들어 올리듯이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그대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속도를 내기 힘들다가 오를수록 빨라졌다.
아이는 한참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엄마 몇 층이에요?"하고 부른다. 내가 한 19층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너는 몇 층이야?"하고 물으니, "24층이요." 한다. 지난번 24층까지 갔었다고 한 나를 기다린 것이다. 내가 24층에 도착하고 "더 갈 거니?" 했더니, 처음의 호기가 조금 꺾인 듯 헥헥거렸지만 그러겠다고 한다. 아이는 힘들어 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두 칸씩 오르며 금방 31층까지 올라가 버렸다. 아이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어쩌다 31층까지 갈 수 있었다.
처음 20층을 시작으로 하루에 한층씩 늘려가겠다는 내 계획이 무색하게, 어쩌다 목표를 달성해버렸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나 보다.
집에 들어와서 아이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헥헥데며 힘들어했다. "엄마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덕분에 31층까지 올라오게 됐네~" 하며 아이를 치켜세워 줬다. 힘들다는 투정을 하지 않고 같이 함께 해준 아이가 얼마나 고맙던지… 저녁이 되어, "오늘 계단 오르는 거 어땠어? 엄마랑 계속 같이 할래?" 하는 물음에 흔쾌히 오케이를 받아냈다. 아이가 그렇게 시도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곽진영 작가의 ‘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너무 예쁜 문장과 그녀만의 색깔로 세 딸과 같이 성장해가는 엄마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그녀가 말하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1미터 육아'처럼 나도 오늘 아이와 함께 한걸음 성장한 것 같았다.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요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 너무 쉽게 말하는 듯 써 내려갔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기까지 많은 경험이 있었을 거라는 것이 느껴져서, 더욱 그 말이 공감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