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설악산 등산을 가기로 한 남편은 등산을 가기로 계획한 후부터 등산복이며, 갖가지 등산용품을 미리 점검하느라 부산했다. 날씨에 대비해 어떤 조합으로 등산복을 입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면서 나에게 묻고 또 묻는 통에 귀찮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남편이 들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산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가 생긴 후 아이와 나와 함께 갈 수 있는 코스에 맞추느라 가고 싶은 등반코스들을 가지 못해서 아쉬웠을 터이다.
얼마 전 아이와 나는 어디를 가던 혼자 빨리 가는 남편의 태도에 대해 불평반 장난반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등산을 가도 한참 먼저 앞서 가고, 자전거를 타거나 또 걸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덕에 걸음이 빨라지기도 했지만 혼자 앞서가면 함께라는 느낌이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공원에 가도 돗자리를 펴고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매번 말로는 먹을 것을 싸와서 책도 보면 좋겠다고 하지만, 막상 제대로 그렇게 한 적이 없다. 대신,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운동삼아 걷는 것은 참 잘도 한다. 우리는 그날의 대화 끝에 남편이 목적지향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세대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과정을 즐기기보다,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이리라.
내가 스트레스를 유독 심하게 받았던 어느 날, 남편과 함께 공원 산책을 나갔다. 평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그 빠름이 참을 수 없이 싫어져서, 남편의 팔을 잡아끌며, “오늘은 좀 천천히 가자!!”라고 하고 속도를 줄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공기의 흐름도 느끼고 주변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 보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하였다. 다행히 남편도 그날은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되지”라는 둥의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걷기 운동이 아니라 산책하는 과정을 즐기고 싶은 날도 있듯이,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갖는 여유의 소중함을 느낀 날이었다.
작년부터 우리 부부는 로드 자전거를 같이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와 갖가지 용품들을 하나씩 장만하고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점차 거리도 늘려가고, 새로운 코스도 도전하면서 답답한 코로나 시대에 여행을 대신하여 콧바람을 쐴 수 있었다. 자전거를 그룹으로 타는 경우 앞뒤로 일정하게 간격을 두고 꼬리를 물고 달린다. 그런데 우리는 타다 보면 자꾸 간격이 벌어진다. 내가 남편에 비해 허벅지 근력도 부족하고, 추월하거나 피해 갈 때 속도 조절 등에 미숙해서 항상 뒤쳐지기 때문이다. 천천히 달리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남편을 얽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뒤꽁무니에 꼭 따라붙어야 한다. 앞서가는 사람이 바람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어 뒤에 있으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남편은 바람을 막느라 힘이 더 드니까 천천히 달리게 되고 나는 힘이 덜 들게 되니 상대적으로 빨리 달리게 되면서 서로의 속도가 맞아진다. 그럴 땐 힘들었을 남편에게 새삼 고맙게 느껴지고, 서로의 속도가 다르지만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누구 한 사람만의 배려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조금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기도 하고, 빨리 가다가도 천천히 가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은 등산 베테랑과 함께 등반을 갔다. 살살하라고, 괜한 승부욕 앞세우지 말고 천천히 조심히 오르고 내리라고 여러 번 당부를 하였다. 말로는 천천히 즐기면서 가겠다고 했는데, 과연 그리했을지.... 다음날 끙끙 앓지 않은 것을 보면 무리하진 않았나 보다. 다녀와서는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좋았다고.... 나를 꼭 데리고 가겠다고 벼르면서, 다음 산행을 계획한다고 열심히 유튜브를 찾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