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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자라고 있는 엄마.

미주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판 여성의 창 칼럼.



서른이 다 되어서 낳은 큰 아이.

이른 나이 출산이 아니었음에도 주위에 아이를 키워본 친구나 선배가 없었기에 다들 그렇듯 육아를 공부처럼 시작했었다.
아이가 몇 개월 되면 얼마만큼의 행동 발달이 있다고 알려주는 책들이나  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며 엄마의 존재에 대한 고찰 비슷한 책에 칭찬이 어떤 동물을 춤추게 한다거나 누구처럼 영어공부 안 할 거냐고 물어보는 책까지 샀다.
한참이 지나서야 안 사실인데 책으로 배워선 안될 것들이 참 많다. 연애나 화장법, 아이를 키우는 일, 특히 엄마가 되는 일.


아이가 태어나고 몇 개월 후에 발육이 어떻게 되는가  어떤 행동 발달을 보이는가에 대해 아이가 자는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한 초보 엄마는 책에서 읽은 내용들에 맞춰 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가를 너무도 열심히 체크를 해댔다.
생후 육 개월이 되면 아이는 이런저런 행동들을 할 수 있고 일 년이 되면 이만큼의 인지기능을 갖는다 라고 책에는 쓰여있는데 내 아이는 달랐다.
두뇌 자극이 된다는 책을 보여주면 뺏어서 입으로 빨고 시각 자극에 좋다 해서 사둔 책들을 징검다리 삼아 밟고 노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짜증도 내보며 그 물건들을 원래의 용도로 쓰려고 참 많은 노력도 했었다.


책대로 크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큰 아이가 자라 사춘기가 되면서 깨달은 참 무식하고 무지한 욕심 많은 엄마 때문에 아들도 참 고생이 많았다.


아이가 자라면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욕심을 잡았다 내려놓았다 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엄마를 처음 해봐서’ 이런다고 아이에게 사과도 할 줄 아는 나름 쿨한 엄마가 되었다.


미숙한 엄마라 미안하기만 한지 스무 해가 돼간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을 엄마로 살고 있는데도 나는 아직 많이 모자라다.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엄마라 아이들에겐 참 미안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아직도 자라고 있는 성장 중인 엄마이다.


스무 살짜리 큰 아들은 막 태어날을때도 그랬고 열 살 때도 그랬듯 아직도 잘 때가 제일 예쁘다.
자는 아들 발을 쓰다듬으며 오늘도 속삭인다.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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