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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꽃 선물

결제는 엄마 카드로.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게 없다.
 동네에 오래 사신 어른들이 습하고 무덥고 무거운 날은 지진이 일어나기 쉽다 하셨는데 오늘 날씨가  그랬고 오늘 그렇게 6마일 떨어진 옆동네에 지진이 났다.
한참 빨빨거리고 집안을 돌아다닐 때라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진도 3.3 이면 조용한 밤에는 놀랄 수도 있는 지진이다.
미국 와 얼마 안 됐을 때 자다가 침대가 막 흔들려서 뭐 이런 꿈이 있나 하고 다시 잠들었었는데 그게 진도 3.3 지진이었다.




어깨에 습한 공기가 무겁게 앉은 것처럼 느껴지는 , 시원하게 아이스커피를 내려 마셨다.
너무 더워 너무 더워하며 물을 끓여 ‘덥다 덥다하면서 커피를 내렸다.
얼음 위로 떨어지는 커피만 봐도 저절로 ‘피서 되는 습한 여름날이다.

온도는 높아도 습도가 낮아 별 어려움 없이 지나가는 캘리포니아의 여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이런 날들을 만든다.

그저께 새벽에는 네 시간 동안 몇천 번의 천둥 번개가 온 베이 지역 사람들을 깨워 놓기도 했다.

태풍 비슷한 썬더 스톰이 지나갔단다.

다들 무서워 벌벌 떨었다던데 나는 창가에 앉아 사진도 찍어대며 신나게 번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잠깐 나갔던  아들이 꽃을 사다 줬다.  물론  카드로 결제를 하고...  

 선물 받아 좋지??”하는 아이에게 너무 좋긴 한데 다음엔 먹을 수 있는 걸로 달라했다.
엄마 카드로 기분  아들과 극 현실적인 엄마의 살아있는 대화.

말은 그렇게 해도 엄마 마음은 참 좋아서 툴툴대면서도 꽃병에 예쁘게 꽂았다.

꽃보다 예쁜 아들이다. 말은 참 안 듣는 예쁜 시끼...  



마당에 장미  송이가 의자 등받이 위에서 까꿍을 하고 있다. 
가지가 의자 쪽으로 자랐나 본데  턱받침 하고 애교를 부리고 있는 것 같아 한참 기분 좋게 바라봤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이런 것도 예뻐 보이는구나...
아... 맞다..  반백살이 넘었지...

늘 마음은 이팔청춘, 나이 먹어 가는 것을 자꾸 잊는다. 그래서 나잇값을 자꾸 못한다.


 더워도 되는 여름이라 떠들고는 있지만 막상 지치게 더운 날이 되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게으른 곰처럼 늘어져 있다

물 먹은 솜 마냥 몸이 무겁다.

(원래 몸은 무겁다. 날씨 탓이 아니라 과체중이긴 하다).

 시간쯤 되면 저절로 드는 생각.
저녁은   먹이지?’  
몸은 꼼짝 안 하고 냉장고에 뭐가 있을까 머리로만 체크를 한다.

이러니 늘 냉장고 안에는 썩어 가는 것들이 가득이다. 내 기억력은 생각보다 훨씬 형편없기에..




이러다 라면이나 끓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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