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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방 타고 어야 갈까?

그 아이는 어디 있나.

집돌이 작은 아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뒤에는 치과 진료 같은 특별한 스케줄 말고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당에도 잘 나가지 않고 늘 제 방에 틀어 박혀 있다.


팬데믹과 함께 시작한 12학년.

입시 스트레스로 짜증 짜증을 내면서 제 방에 콕 박혀 방문도 잠근채 칩거 생활을 해갔다.

나가 햇빛 좀 쬐자 해도 공부도 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한다며 방에서만 생활을 했다.

비타민 D 가 부족해 질까 걱정되어 영양제까지 먹여가며 그렇게 거의 일 년을 보냈다.


다행히 가고 싶어 하던 대학에 합격을 하고 좀 편한 마음으로 12학년을 잘 마무리하고 있는 요즘.

봄 방학을 맞은 아이를 어디든 좀 데리고 다녀야겠다 마음먹은 엄마의 의지가 집돌이 아들에게 먹히지가 않는다.


그냥 방에서 쉬고 싶다는 아들.

은둔형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돼서 아들에게 물었다.

방에서 답답하지 않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방에서 한국 티브이 프로그램인 런닝맨도 보고 한국 드라마도 보고 또 야구도 잘 보고 있다 한다.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는 나오는 사람들이 다 너무 못 돼서 짜증이 나는데도 자꾸 보게 된다고..  

자기 나름대로 방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란다.


캘리포니아 다운 햇살이 쏟아지던 오늘.

작은 아이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다.

엄마랑 데이트 좀 하자, 바닷가 드라이브 가자 하고 노래를 불러댔다.

“넌 그냥 차에 앉아있어, 엄마가 운전해서 바닷가에 데려다줄게” 했다.

나가기가 싫단다.


순간 아기때 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랑 빠방 타고 어야 가자”


아이가 어이없는 얼굴로 무슨 말이냐 묻는다.


“너 애기 때는 엄마가 빠방 타고 어야 가자 하면 좋아하면서 엄마 손부터 잡았어  밖에 나가자 하면서”

런닝맨 수준의 한국말을 하는 아이가 묻는다.

“어야 가 어디야? “


어야는 그냥 ‘somewhere outside’라고 얘기해 줬더니 헐 이라며 또 제 방으로 간다.


빠방 타고 어야 가자 하는 말을 제일 좋아했었던 아들의 어린 시절이 너무 그리워졌다.

열여덟 살 아들은 빠방도 싫고 어야도 싫다 한다.


짧은 외출 만으로도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었던 그때.

열여덟 살 아드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이제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엄마 혼자 나가 산책이라도 하라며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이층으로 올라간 아들.

신나게 카시트에 올라가 얼른 벨트를 채워 달라 하던 그 작고 작은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엄마 혼자 빠방을 타고 엘리자베스 호숫가에 갔다.

화창한 햇살 아래 유채꽃이 지천이다.

호수를 몇 바퀴 걸으며 아이들 어릴 때를 추억해 봤다.

이제는 훌쩍 자라 버린 아들들과 아직도 덜 자란 채 옛날을 부여잡고 사는 엄마.


올 생일날 아이들이 준 카드에는 예전처럼 가득히 사랑한다는 말 대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이 더 많이 쓰여 있었다.

이제는 다 자라 엄마의 힘듦도 볼 줄 아는 아이들.

엄마의 걱정을 받기보다 자신들이 엄마 걱정을 더 해주기 시작한 아들들.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성장’이 왜 이리 섭섭하게 느껴 지는건지.


예쁘게 잘 자라 주는 아들들이 참 믿음직스럽고 고맙지만 가끔은 빠방 타고 어야 가자 하면 통통 뛰어 달려오던 작았던 내 아이들이 보고 싶다.


아니면 어린아이들을 키우던 더 젊은 나로 돌아가 보고 싶은 걸까.

슬프게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고

나는 이만큼 나이가 들어 50세 이상부터 맞는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됐다.


문득 생각해 본다.

어렸던 아이들이 그리운 걸까.

젊었던 나 자신이 그리운 걸까..


지나간 시간은 그래서 더 아름답게 내 마음에 남는다.

아쉬움 이란 감정이 추억을 더 빛나게 만들어 주기에.


빠방 타고 다녀온 호숫가에 남은 날 중에 가장 젊은 오늘의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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