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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들.

98년생  아들과 03년생 아들

4년전 글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애완동물형 남자애들이 있다.

하나는 20세기 말에 태어난 '개'과의 남자아이고 또 하나는 21세기에 태어난 '고양잇과'의 남자아이다.


개과의 20세기 남자애는 공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늘 머리 쓰다듬어달라 꼬리를 살랑거리는, 스스로가 치와와 정도로 작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은 골든 리트리버급 대형견이다.

예전에 맹인 안내견 학교에서 쫓겨나 성당에서 살고 있던 어린 골든 리트리버 순심이 같다.


 고양잇과의 21세기 남자아이는 강아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강아지 모양을 한 새침한 고양이다.


20세기 남자애는 관심을 끄는 어떤 일에 홀딱 빠져들다 금세 다른 것으로 관심 방향을 돌린다. 나비를 쫓아다니던 강아지가 금세 개구리를 쫒아 뛰어다니는 모양새다


21세기 남자아이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듯 도도하게 높은 곳(주로 자기 방)에 올라가 있다가도 어느새 옆자리에 와서 내 다리 위에 슬쩍 엉덩이를 걸쳐주곤 사라져 버리는 밀당형 고양이다.


고양이형 남자아이의 튜터 시간이 바뀌어 느긋해진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내려와 아침을 먹은 21세기 남자아이는 살짝 볼을 비벼주고는 거실에서 한국 티브이를 보고 있다.


계단 내려오는 소리도 우렁찬 20세기 남자애는 헝클어진 머리에 반만 뜬 눈으로 안아달라며 제 머리를 내 어깨에 걸친다.


어느 땐 너무 밉고 어느 땐 너무너무 얄밉기까지 한 아들들이지만 대체적으로 다행히 하루에 반 이상, 예쁘게 느껴진다. 특히 잘 때 제일 예쁘다.


골든 리트리버 같은 큰아이는 때론 든든한 기댐이 되어주고 아비시니안 고양이 같은 작은 아이는 내게 위로가 되어줄 때가 많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제일 큰 아들인 남편도 살짝 고양잇과애 속한다  

그래서 21세기 남자아이는 아빠를 더 닮았다.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로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저 20세기 남자애는 나랑 닮았다.

나도..... 사실 '개'과의 인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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