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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딸기가 먹고 싶어요.

딸기가 맛이 없어 미국 살이 서럽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코스트코에 갔다가 팩에 든 딸기를 사 왔다.

빨간 딸기가 어찌나 큰지 조금 과장하면 한 알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딸기였다.


씻어서 그릇에 담아 주방에 두니 과일 좋아하는 작은 아들이 “딸기다” 하며 달려들었다.


한입을 먹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상해. 딸기가 아무 맛도 안나”

“왜? 크고 맛있어 보이는데” 하며 나도 한알을 집어 입에 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게 딸기라고?” 했다.


부드러운 과육을 입에 물면 향긋함과 달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한국의 봄 딸기들.

입안에 싱그럽게 퍼지는 그 과즙  

‘딸기’ 리는 단어를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하는 우리 식구들의 최애 과일.

한국에서 마트에 딸기가 나오는 내내 우리 집 냉장고에 늘 사다 두던 그 맛있는 과일.


그 맛을 기대하고 먹었는데 미국 딸기는 과육이 단단하고 향기도 약한 데다가 단맛이 부족해 밍밍 하고 신맛만 강했다.

그래서 크기만 크지 이름값도 못하는 과일이라고 팩에 든 딸기를 구박 해대며 바나나와 꿀을 섞어 믹서에 갈아 마셨다.


미국에 온 지 삼 년 만에 한국에 한 달 일정으로 다니러 갔을 때 그 한 달 내내 마트에서 한 풀이를 하듯 딸기를 너무도 열심히 사 먹어댔다.


미국에 온 지 이제 8년째.

그 7년 사이에 이곳 과일에 익숙해진 입맛은 심지어 미국 딸기가 맛있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입맛까지 변한 외국 살이가 딸기를 볼 때마다 서러워진다.

외국에 몇 년 살다 보니 사소한 것으로 한국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로도 외국 살이가 슬퍼진다.

한국에서 먹었던 것들이 바다를 건너오며 맛이 변하면 먹는 내내 서운하다.

미국에서 파는 한국 라면들은 같은 제품이어도 한국에서  판매 되는 것들보다 덜 맵고 싱거운데 이 라면 맛이 이제는 더 입에 맞는다.

그래서 또 서럽다.


한국에서 겨울부터 봄까지 나오는 딸기들이 참 맛있었는데.

아마 지금이 딸기가 맛있는 철이 아닌가 싶다.

며칠 전 공방 언니가 파머스 마켓에서 사 왔다며 도자기 공방에 가져온 딸기.

너무 맛있다며 한국 딸기 같다고 호들갑을 떨며 먹었다.

물론 한국 딸기만큼 맛있는 딸기는 아니었으나 다른 곳에서 사 먹던 딸기보다는 훨씬 맛있었기에 나름 최상급의 비교를 했다.


작은 아이가 대학에 합격해서 올여름 방학에는 마음 편히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코로나로 일 년 반 만에 가게 되는 한국.


한국에 가면 새벽에 현관문 앞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는 그 마켓에서 딸기를 주문하리라.

자가 격리 중에도 현관문은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딸기도 주문해 먹어야지, 한국 시금치도 주문해 무쳐 먹어야지, 치킨도 시켜 먹어야지, 삼시 세끼를 배달 음식으로 먹어 버릴 테다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먹을 계획을 세운다.

자가 격리가 끝나면 냉면 먹으러 가고 떡볶이도 사 먹으러 가고 들깨 수제비도 사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는 새에 하고 있다.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음식에 대한 기대로 승화시킨다.


고작 7년 살고 저리 호들갑인가 하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익숙했던 음식에 대한 미련은 시간 한도가 있는 것 같다.

 곳에 오래 살고 있는 한국인 지인들은 이제는 오히려 이곳 음식이 ‘고국의 음식 되어 버렸다고들 한다.

추울 때 떠오르는 음식이 나처럼 육개장이나 설렁탕이 아니라 토마토 스튜라고도 하고 한국에서 사 먹는 한국 음식보다 L.A 에서 사 먹는 한국 음식들이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고도 한다.

오래전에 먹었던 음식들은 그저 추억으로 남을 뿐, 미련 남게 그리운 것은 아닌가 보다.

나는 아직은 그 음식들이 미련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


파머스 마켓에서 사 왔다는 딸기 맛은 정말 훌륭했다.

함께 먹는 사람들이 좋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여름에 한국에 가면 물리도록 딸기를 사 먹어야지.

미련 맞은 내 ‘미련’을 잘 달래주고 와야겠다.



캘리포니아에 살다가 텍사스로 이사를 간 미국인 친구가 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에서도 몇 년 살다가 온 친구다.

“이 곳에서 제일 그리운 게 뭐야”하고 물었더니 “딸기”라고 대답했다.

“캘리 딸기 너무 맛이 없잖아” 했더니 “텍사스 딸기는 더 맛이 없어” 한다.

대체 텍사스 딸기는 얼마나 맛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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