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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픈 날.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아들.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작은 아들이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어리고 면역력이 높을수록 많이 아프다더니 아이가 밤새 열이 나고 몸살이 심했다.

아픈 이유를 알고 있음에도 열이 나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엄마가 대신 아파주면 참 좋겠다 하니 아들이 나를 꼭 안아 준다.


어릴 때부터 핀 공포가 있던 작은 아이는 예방 접종시키는 일이 전쟁 같았다.

병원 간호사들이 진료실로 다 들어와 문을 닫고 아이 팔다리를 잡고 주사를 맞혔었다.

꼭 맞아야 하는 기본 예방 접종 이어서 그렇게라도 주사를  맞게 해야 했다.

우스갯소리로 ‘육이오는 난리도 아니었다’는 말이 절로 나왔던 때.

아이 주사 하나 맞히고 집에 오면 울다 지친 아이도 나도 진이 다 빠졌었는데…


미국에 와서는 플루 샷도 안 맞겠다 버텨서 몇 년째 플루 예방 접종도 못 시키고 있던 차에 코로나가 워낙 큰 이슈 이고 보니  다행히 백신 안 맞겠다는 말은 안 하는 아이.


1차 접종 때 일부러 멀리 떨어져 아이 혼자 주사를 맞게 하자 예전과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주사를 맞고 나왔다.

남들에게 겁 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을 만큼 아이가 자랐다.


형아가 데려가 맞은 2차 접종.

주사를 맞은 어제는 아무래도 주사약이 안 들어간 것 같다는 둥 1차 때보다도 팔이 덜 아프다는 둥 하며 까불 거리더니  엄마가 잠든 뒤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단다.


방에 타이레놀을 가져다 두었는데 약 먹고 혼자 밤새 끙끙 댔나 보다.

엄살이 심해 조금만 아파도 자는 나를 깨워대던 아이가 엄마 깰까 봐 조용히 혼자 아팠다고 아침에 발간 얼굴로 얘기를 한다.

그 밤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둘째는 아직도 많이 어리게만 보이아이가 자란 것을 엄마만 모른다, 아니 모른 척한다.


낮에 한잠 자고 깨어난 아이 옆에 같이 누워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아이 어릴 때 얘기도 해 주면서 그때도 지금처럼 너를 보면 행복했다 말해줬더니 아들이 얼굴을 내 볼에 대고 한참을 있는다.


저녁 메뉴 뭐를 해줄까 묻자  잔치 국수가 먹고 싶다 대답 해서 약을 다리듯 정성스레 다시 국물을 내고 매콤하게 양념장을 얹어 만들어줬다.

많이 먹이고 싶은 욕심에 국수 2인분을 삶았는데 기쁘게도 아이가 다 먹었다.

이제 컨디션이 좀 나아지나 보다.





첫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정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내가 몸살이 심하게 났었다.

아파 누워 있는 서른 살짜리 딸을 안타깝게 바라보시던 그때의 엄마와 아빠 얼굴이 떠오른다.

한살이던 열 살이던 오십 살이던 자식이  아프면 부모 마음은 더 아픈 법이다.

젖먹이 아이를 챙기며 앓아 대는 딸내미를 바라보시는 두분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열여덟스물둘 두 아이들이 내 눈엔 아직도 어려 보이는 것처럼 내 친정 부모님 눈에도 이 오십 살 딸내미가 여전히 덜 자라 보이겠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친정 엄마 아빠 마음이 이러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어버이날  부모님과 페이스타임으로 통화를 하는데 꽃도 못 보내드려 죄송하다 하니 화면에 보이는 내 얼굴이 꽃이니 괜찮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부모님들이 주시는 사랑 반만큼이라도 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주에는 큰 아이가 백신 2차 접종을 하는데 덜 아프길 기도 한다.

첫 아이 낳고 몸살을 앓았을때 부모님이 계시는 그 집이 얼마나 편안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는지를 기억 한다.

그래서 정말 편히 앓았고 금새 기운을 차려냈었다.


내 아이들도 엄마 옆에서 덜 아프기를.

아파도 얼른 낫기를.

조금만 아프고 면역은 강하게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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