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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그리고 밤.

한참 더웠던 날들이 지나고 이젠 제법 밤공기가 차게 느껴진다.

멀리 어딘가에서 가을이 오고 있나 보다.


마당 쪽 전등을 다 끄고 오랜만에 정원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내가 사는 곳은 작긴 하지만 나름 도시라 저녁에도 밝은 편이라서 시골처럼 별들이 가득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이제 공기가 오염됐다며 한탄하는 상황이나) 맑은 밤하늘 보기가 어려운 한국서 살 다오니 이곳 프리몬의 맑고 깨끗한 밤하늘은 내가 즐기는 몇 가지 캘리의 좋은 볼거리 중 하나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처음엔 진한 네이비 빛 하늘이 평면으로 펼쳐진다.

그 평면 안에 크게 보이는 별과 잔잔히 보이는 별들이 구분되면서 그 밝음에 따라 거리감이 느껴지게 되고 그 순간 평면이었던 하늘이 3D 입체로 변하며 그 뒤로 내 눈앞에 끝없는 우주가 펼쳐진다.

별들 사이로 엄청난 공간감이 느껴지고  잠시 그 광대한 크기가 주는 무게에 마치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를 보는듯한 아찔함을 맛본다.


그동안 즐겨봤던 수많은 SF영화 덕에 혼자 뒷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여행도 해보고 어딘가 지나갈 인공위성도 찾아보고 (몇 년 전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별을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엔 UFO인가 했다가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느려 혼자 그건 인공위성 중 하나일 거라 결론을 내렸다. 비행기라 보기엔 너무 높은 곳을 지나가고 있었기에)


혹시 UFO가 눈앞에 훅 지나가 줄까 하는 바람에 멀리 보이는 비행기 불빛에도 마음을 설레다가 어쩌면 지나가는 별똥별도 한 번쯤... 이쯤 되면 한 번쯤은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반백살 나이가 아까운 헛된 기대에 목이 굳어 다시 세우는데 통증을 느낄 때까지 얼굴을 쳐들고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배경음악처럼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지 모른 채로 혼자만의 우주여행, 아니면 혼자만의 영화감상을 끝내고 뻣뻣한 목과 묵직한 어깨를 주무르며 집으로 들어온다.


캐나다나 아이슬란드에 가서 쏟아질 듯 가득한 하늘의 별과 오로라를 보는 게 꿈이긴 한데... 그러려면 한겨울 엄청난 추위를 견뎌야 한다는 얘기에 그냥 프리몬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에 만족 중이다. (추운 건 싫어요)

지금 내겐 안 보이지만 내 머리 위 하늘에도 별들은 캐나다만큼, 아이슬란드만큼 가득 빛나고 있을 테니까.


 볼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끝나는  밤에도  저곳에는 별들이 가득하다.

그저 나만 그 별들을 못 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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