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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hanksgiving

긴 하루 이야기.


간단하게 만들어 달라 부탁받은 가리개는 결코 간단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작업이 더디기만 합니다.

올해 안에 완성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감침질이 좀 더 곱게 되는 걸 보면 급한 마음 다스리는 게 내 제일 큰 숙제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들들하고 점심 데이트를 했어요.

작은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 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고 우리 식구들 다 좋아하는 쌀국수.

어떤 분이 캘리에  년을 살다 한국엘 갔는데 캘리에서 제일 그리운  쌀국수라며 브런치 글에 댓글을 다셨는데 일이 아니겠구나 싶어요.

미국에 살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외식 메뉴가 베트남 쌀국수입니다.


추운 날 생각 나는 대표 음식 이기도 하고 은근슬쩍 국물에 들어있는 MSG에 중독이 돼 있는 것 같기도 해서 한동안 안 먹으면 살짝 금단 증상을 느끼게 되는듯한 음식이지요.


큰 아들이 맛있는 집이라고 데려다줬는데 숙주가 다 떨어졌다며 오더를 받더라고요.

아들이 고른 집이라 툴툴 거리지도 못하고 숙주 빠진 쌀국수를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고 왔어요.

엄마 입맛 닮았다 하면 기분 나빠하는 큰 아이랑 사이좋게 나눠 먹은 스프링 롤. (작은 아들은 안 드세요. )

내 입맛 닮은 게 맞는데 격하게 거부하는 큰 아들에게 속으로 하는 말.

“넌 똑 나 닮았어. 시꺄”.

나 닮은 장난꾸러기가 자기 닮은 미소를 소스 위에 만들어 줍니다.

잠깐잠깐이지만 참 예쁜 아이예요.


저번 주에 팝콘 메이커에 볶아둔 커피가 맛이 들었어요.

옆집 새 이웃이 가져다준 초콜릿 한통은 커피와 함께 먹어대느라 바닥이 보입니다.

이게 다 내 살이 될 것인데 어찌 이리도 맛이 있을까요.


동네에 붉게 가을이 물들었어요.

집 앞에 떨어진 낙엽도 붉습니다.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에 거울 속 붉은 석양을 봤어요.

너무 아름다워 정지 신호 중에 얼른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작은 거울 속에 담긴 아름다운 세상을 카메라에 다시 담았습니다.

Daylight savings가 끝나고는 해가 더 빨리 져버리니 밤이 무지 긴 느낌입니다.

긴 밤에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예쁜 석양을 등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신머리를 냉장고에 넣고 다니는 것 같아요.

오후 늦게 간 코스트코에 사람이 너무 많아 어머 어머 웬일로 이렇게 사람이 많데 하며 장을 보고 나왔는데 내일이 땡스기빙이라네요.

땡스 기빙 데이에 아이들에게 갈비찜을 해줘야지 했는데 갈비는 사오지도 못했어요.

냉장고 안 음식들로 미국 명절을 지내야겠습니다.


이층에서 들리는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엄마를 참 행복하게 합니다.

다섯 살 차이 두 아이가 만나면 수준이 하향 평준화가 돼서 심하게 철이 없는 상태들로 변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엄마 옆이니 더 철이 없어지는 거겠지요.


며칠 안 남은 작은 아이 방학.

하루하루 소중하고 감사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욕을 삼키며 고운 엄마가 되어 보고자 노력 중이랍니다.  


다들 가족들과 편안하고 행복한 땡스기빙 보내세요.

Happy Thanksg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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