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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큰 아이가 여자 친구랑 새벽까지 전화로 꽁양 꽁양 하는 소리에 잠이 깨서 한참을 뒤척거렸어요.

그래좋을 때다 하면서도 입에서 욕은 나오더라고요.

엄마한테도 그렇게 좀 스윗 해봐라. 시꺄….

혼자서 툴툴거리다 다시 선잠이 들었지요.

나이가 드니 잠이 조금만 부족해도 하루가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오늘은 일찍 잠을 자야겠다 하며 새로 산 라벤더 카모마일 차를 마셔 봅니다.

오일 워머에 라벤더 오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차분히 향을 즐기고 있어요.

몇 년 전에 만든 동글동글 파란색 다기는 크기며 무게가 맞춤 맞습니다

다시 다기를 만들고 있는데 재미있는 작업이지만 참 어렵네요.


어제 청소하면서 식탁 의자를 식탁 아래 밀어 넣다가 의자와 식탁 다리 사이에 손이 팍 끼었어요.

정신이 번쩍 들게 아파 머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폴짝폴짝 뛰었네요.

통증이 한참을 가서 얼음찜질에 파스까지 붙이며 법석을 떨었더니 이제 붓기는 좀 가시는데 아직 얼얼하고 손에 힘 들어가는 게 불편합니다.


오늘은 도자기 공방에서 예쁜 면기에 떡국을 먹었어요.

아픈 손 핑계로 손보다 입이 일을 더 하는 하루였습니다.

열심히 떠들고 먹었지요.

저는 환경적 뚱땡이가 확실합니다.

어디든 옆에 먹을 것들이 넘쳐 나네요.

식복이라 부르지요.


이제는 몸을 좀 아끼며 살아 보려고 작업 중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가는 손을 쉬게 해 주려 노력을 좀 해봤어요.

그래서 조금만 만들고 많이 떠들었습니다.


오늘 밤에는 눈에 보이는 “해야 할 일들”을 안 본 척하고 일찍 자야겠습니다.

몸부터 움직이고 보는 전생 노비라 주인을 잘 못 만난 손 발이 고생이랍니다.

머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몸을 달래느라 저녁이 바쁘네요.


화살처럼 지나간 오늘 하루.

내일은 손이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오늘 밤엔 단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뭇잎 한 개만큼 더 행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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