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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네스 May 04. 2024

마케터에게 업계가 중요할까?

취준생일 땐 사실 업계를 따지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마케팅처럼 초인기 직무는 더더욱 그렇다. 난 이공계 전공자라 주변인들도 대부분 이공계여서 잘 몰랐는데 확실히 인문계 전공자 취업은 정말 만만치 않은 것 같다. 특히 인문계 내에서도 마케팅처럼 인기가 많은 직무는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세일즈 같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직무도 있다)


그런데 벌써 네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고, 마케터로서는 세 번째 회사이다 보니 슬슬 업계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 일을 했던 건 기계 산업 B2B 마케팅이었는데 그땐 정말 마케터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는 것도, 배운 것도 없었다. 아는 게 없는 대학생을 뽑아 놓고 유일한 마케터니 알아서 하라고 했었다.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단 0.1%의 관심이나 연고도 없었던 업계이다 보니 더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로 일했던 곳은 공공기관인데 마케팅이 아니니 스킵하고, 세 번째 회사는 교육 업계였다. 심지어 미친 듯이 경쟁이 심한 업계였다. 매일매일이 피 튀기는 전쟁이었다. 정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주입식으로 마케팅 훈련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내가 기존에 외국어 교육 업계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있던 팀은 자격 교육 파트였다. 그래도 B2C였기에 산업에 대한 이해는 훨씬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담당하던 자격 교육에 대해 콕 찌르면 술술 나올 정도로 바삭했다.


그리고 지금은 HR SaaS 업계의 마케터다. 첫 번째 회사와 마찬가지로 B2B이긴 하지만, 그래도 HR 업계는 취준생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서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막막하진 않았다. 그런데 일하면서 느낀 B2C와 B2B의 마케터로서 큰 차이가 있는데, 바로 B2B 마케터에게 훨씬 더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콘텐츠 때문이다. B2C는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나 깊이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다른 부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B2B는 업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취준생으로서 조금 관심이 있던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사 중에 20년 동안 이 업계에 계신 분이 있는데 그분은 정말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 정도 수준의 업계 이해도가 있다면 확실히 B2B 콘텐츠는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업계, 중요하다. 특히 B2B라면 중요성이 몇 배는 더 올라간다. 앞으로 지금처럼 여러 산업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반, 앞서 언급한 상사처럼 내가 좋아하는 업계에서 아예 뿌리를 박고 싶다는 생각 반이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마케터 또는 예비 마케터에게 이 글이 업계 선택을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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